대통령 선거를 2개월여 앞둔 10월 초 검찰총장, 감사원장을 임명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당시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치적 마찰을 줄이기 위해 대선 때까지 대행체제를 유지하는 타협안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검찰총장의 경우 청와대 내부에서도 정치권의 대선 중립 논란을 고려해 대검찰청 차장 대행체제로 대선을 치르는 방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사를 강행했다. 노 대통령이 취임 초인 2003년 3월 “김대중 정권에서 구성된 검찰 지휘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사실상 검찰총장 임기제를 부인한 것을 뒤집는 것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인사권으로 사정기관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달 중순 이뤄진 기업은행장 인선도 청와대 개입 논란을 불렀다.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가 갑자기 응모를 자진 철회하고 단수 후보로 남은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행장으로 확정하는 등 석연치 않은 과정이 전개된 것. 유력 후보가 자진철회하기 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결격사유가 있어 탈락했다”고 했고, 정권 386 실세들이 끝까지 반대해 뒤집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윤 행장 후임으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승우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이 기용되자 이 비서관의 경력과는 별개로 막판까지 청와대 참모들을 챙기려 한다는 ‘보은(報恩)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언론재단(이사장 정남기)이 27일 친(親)정권 성향을 보여온 언론인을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했다는 설이 돌자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언론재단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정 이사장의 후임에 박래부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KBS가 친정부적 불공정 보도를 한다고 비판 공격하는 것은 주로 보수적 정당, 언론들이다. 그 쪽에서는 KBS가 불공정할지 모르나 민주화 혹은 진보적 세력에서 보았을 때는 지켜야 할 보루’ 등의 칼럼을 썼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가운데 현 정권에서 임기가 끝나는 인사로는 이택순 경찰청장(내년 2월 9일), 성해용 국가청렴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내년 1월 24일)이 있다.
차관급인 김경섭 감사원 감사위원이 1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으나 대선 후 후임 인선이 중단됐고, 역시 차관급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2명도 최근 임기가 종료돼 공석으로 남아 있다.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1명 늘어난 대법관(법원행정처장직)도 인사를 앞두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27일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어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자산관리공사 사장 후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보 사장에는 박대동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이, 자산관리공사 사장에는 이철휘 재정경제부 대외부문 특별보좌관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