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투자자들, 李당선자 ‘액션’에 주목”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데이비드 엘든 공동위원장 인터뷰

‘이명박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역대 최초로 외국인 국제금융전문가가 등장해 화제다.

전 홍콩상하이은행(HSBC)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이자 현재 두바이 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인 데이비드 엘든(62) 씨가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에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엘든 씨는 27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국제 금융지로 부상하려는 한국의 여망을 알고 있다”며 “내가 도울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으로 발탁된 소감을 밝혔다. 국제적인 금융 최고경영자(CEO)로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는 엘든 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본보의 두 차례 e메일 질문에 흔쾌히 답변했다.

이명박 당선자와의 인연에 대해서 엘든 씨는 2002년부터 4년 동안 회장으로 맡았던 ‘서울국제경제자문단’을 언급했다. 그는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면서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의장으로서) 이 당선자의 서울시 경제발전을 위한 구상과 계획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자문단 총회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해 “청계천변이 매력적인 곳으로 변한다면 이곳에 (HSBC 지점을) 입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당선자를 지원했다. 이때 이미 이 당선자의 비전과 추진력에 공감한 셈이다.

그는 외국인투자 확대, 세계시장 진출 등을 강조하며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때 단순히 환영받는 차원을 넘어 투자를 장려하고 촉진시키는 환경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엘든 씨는 이 당선자와 외국인 투자확대, 한국의 금융선진화, 강성노조 개혁 등의 생각이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해외자본의 한국시장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스탠더드를 한국 금융시장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강성노조 사진 한 컷이 서구 언론에 소개돼 외국인이 투자를 꺼린다는 것을 노조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위원장 임명을 축하한다.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을 수락한 이유가 뭔가.

“고맙다. 나는 1990년대 초부터 한국과 가깝게 비즈니스를 해왔고, 이후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창립 멤버로 활동해 왔다. 4년 동안 자문단의 의장이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국제금융의 중심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한국의 여망을 알게 됐다. 한국의 바람은 결국 한국이 세계경제의 일원이 되려는 것이라 세계경제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기여할 여지가 있다면 위원장 직책을 맡게 된 것은 영광이다.”

―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 이 당선자에게 조언한다면….

“빨리 이 당선자와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만나 어떻게 활동할지 논의하고 싶다. 나는 특히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한 국가가 시장에 내놓을 게 많더라도 세계시장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반드시 서로 ‘윈(win)’ 할 수 있는 상호관계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는 과거와 같은 비즈니스 협조 관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에서의 기업 활동이 공정한 대우를 보장받는지, 외국인 투자가 단순히 환영받는 차원을 넘어서 장려되는 환경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두바이 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이 두바이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경제에 적용 가능한 대목은 무엇인가.

“두바이 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으로서 두바이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와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두바이의 성공이 다른 국가에도 통찰력(Insight)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두 국가의 현실과 환경이 똑같지 않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두바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우리가 주시해야 할 기회를 찾아보고 어떤 것이 한국에 맞을지 검토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다. 수출위주로 경제성장을 해와 다소 다른 국가들의 수요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경제는 이제 세계경제에 비춰볼 때 그 위치와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할 때다. 그게 지금 당장 진행할 수 있는 시작이다. 한국의 독특한 상황을 염두에 두며 국익이 될 세계시장과 관련한 사안들에 관해 조언하고 싶다.”

―이 당선자는 친기업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한국 경제의 대외 위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한국에서 영업하는 해외기업 커뮤니티와 말할 기회는 없었지만 대개 이 당선자의 (해외 개방에 대한) 진보적이고 열린 어록을 인용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리더에게 국내외 커뮤니티가 바라는 것은 어떤 액션이 취해지는가이다. 말은 말일 뿐이다. 오직 행동만이 현실이다.”

―한국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전체 서비스 산업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일부 한국 제조업은 해외에서도 유명하지만 한국은행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은 OECD 가입 국가로서 세계 금융산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 관심 있는 해외 금융회사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금융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엘든 씨는 홍콩에 있어 특위 회의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지만 당선자와 직접 교감하며 중요한 자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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