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소 위한 비대위 구성 끝내 실패
지도부 총사퇴… 내달 15일께 임시 전대
‘분당론’ 탄력… 총선 이전 분열 가능성도
민주노동당의 당내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심상정 의원 등 민중민주계열(PD·‘평등파’)은 자주계열(NL·‘자주파’)을 친북(親北)세력으로 지목하고 ‘대선 참패 책임이 당내 친북세력에 있으며 이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자주파가 반발하고 있다.
▽힘 받는 ‘분당론’=민노당은 갈등 해소와 당 혁신 및 총선 준비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나섰으나 이마저 실패하면서 당 일각에서 제기된 ‘분당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민노당은 29일 경기 성남시 성남시민회관 소극장에서 30일 새벽까지 12시간여 중앙위원회를 열고 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구성하려 했으나 평등파와 자주파 사이의 갈등만 드러낸 채 산회(散會)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문성현 대표 등 지도부 전원 총사퇴를 결의하고 천영세 원내대표를 대표직무대행으로 한 임시 지도체제를 가동시켰다. 민노당은 내년 1월 15일경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당 정상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중앙위원회는 당내 평등파 일부가 다수파인 자주파의 종북(從北·북한 추종)주의, 패권주의 청산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기득권 고수 세력으로 지목된 자주파가 맞서며 정회를 거듭하다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노당의 이번 내부 갈등은 대선 직후 평등파인 조승수 당 진보정치연구소장이 “당내 친북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당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주대환 전 당 정책위의장이 “당 위기의 핵심은 ‘김일성주의자’들이 당 안방을 차지한 것”이라며 자주파를 공격하면서 촉발됐다.
현재 분당론이 당 밖 평등파의 호응을 받으며 확산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이 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창당부터 ‘북한에 대한 견해차’ 불씨=사실 이번 평등파와 자주파의 갈등은 2000년 창당 당시부터 민노당이 안고 있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민노당은 창당 때부터 다양한 정파가 모인 상태였고 그중 조직력과 세가 우세하며 친북 성향이 상대적으로 짙은 자주파가 당권을 장악해 왔다. 당권에서 밀린 평등파는 인권 등 북한의 여러 문제를 자주파 당 지도부가 외면하는 것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다.
이런 구조적 갈등 요인은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국가보안법 위반 단체인 ‘일심회’ 사건으로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에도 자주파는 “북한 핵은 자위적 측면이 있다”며 이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노회찬 의원 등 평등파의 강도 높은 공격을 받았다.
당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특별결의문’이라는 공식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도 당 최고위원회는 “북의 핵실험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지만 자주파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원인”이라는 문구를 고집해 평등파가 퇴장하기도 했다.
이어 11월 ‘일심회’ 사건이 터져 민노당 당직자 350여 명의 자세한 인적사항을 북한에 넘긴 최기영(징역 3년 6개월 선고) 사무부총장과, 이정훈(징역 3년 선고) 전 중앙위원이 구속 기소됐을 때 민노당 자주파 지도부는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검찰 발표는 당 음해 시도”라고 일축했다. 이에 평등파는 “국민이 민노당 자체를 불신한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양 계파 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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