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기 말 남북 회담 자제하라

  • 입력 2007년 12월 31일 03시 00분


남북은 28, 29일 개성에서 열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6개조로 된 합의문을 채택했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회담을 위한 회담’과 ‘공허한 합의문 양산(量産)’에 또 하나의 사례를 추가한 꼴이다. ‘내년 1월 31일께 해주경제특구 건설을 위한 현지 공동조사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 그나마 구체적인 합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박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간사가 “차기 정부를 제약하거나 부담을 주는 남북 회담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핵심 의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른 사업 추진이 힘들다고 했으나 오히려 남측이 가능한 사업부터 일정을 잡자고 안달했다고 한다. 실현 가능성은 제쳐 둔 채 대못질만 하면 된다는 것인지, 임기를 2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정부가 왜 이러나.

북한이 언급한 핵심 의제는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이다. 북방한계선(NLL)과 직결된 두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정은 어렵다. 남북은 지난달 국방장관 회담과 이달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공동어로구역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양측 모두 안보전략에 사활이 걸린 사안이어서 견해차가 좁혀지기 어렵다. 그런데도 차기 대통령직인수위가 활동에 들어간 지금, 물러날 정권이 여기에 매달리고 있으니 서해를 북에 내주기로 작심이라도 했단 말인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총리회담을 비롯해 20여 차례의 후속 회담이 열렸고 190여 개의 합의가 나왔으나 남북관계 진전에는 별다른 기여를 못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이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1차 회의를 마친 뒤 “정상선언 이행의 틀을 완비하게 됐다”고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있다.

알맹이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합의를 위한 회담은 자제해야 한다. 자제도 좋은 회담 전략이 될 수 있다. 북한도 대남(對南) 전략을 고심하고 있느라 아직까지 남한 대선에 대한 논평을 안 내놓고 있다. 북한의 대응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움직여도 늦지 않다. 남북 대화는 현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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