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 대장성 개혁 모델을 언급하면서 현재 재정경제부가 갖고 있는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을 청와대가 넘겨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각 경제 부처에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경제 부처의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되 ‘공룡’ 경제 부처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폐지됐던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부활해 과거처럼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재정경제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이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일본의 대장성 개혁 모델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대장성을 해체하고 대장성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다른 부처 또는 내각부(한국의 대통령비서실)로 이관한 점이 특징. 특히 기획조정 기능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인 예산 편성 권한을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로 넘겼다.
이 때문에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이명박 정부의 정부 부처 개편에서도 재경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등 특정 부처에 기획조정 기능을 주지 않고 청와대가 이 기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경제 활성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수위 내부에서도 경제부문에 대한 거시적인 비전 제시와 부처 간 정책조율 업무를 청와대에서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사공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도 지난해 12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이 너무 약화돼 있다”며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도 정부조직 개편의 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한다는 발언이 공룡 경제부처 부활을 얘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전까지 있었던 경제수석실은 대통령을 독대하며 각 부처에 ‘지침’을 내리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경제수석실의 권한이 너무 비대해져 부처들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없다는 비판이 당시 팽배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들어서는 경제부총리에게 경제정책 총괄 권한을 주고 정책조율 기능은 대통령정책실에 두면서 정책실장 아래에 경제수석을 뒀다. 경제수석은 대통령 자문이나 경제동향 파악 등의 역할에 그쳤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단순한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부활은 과거와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