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 쇄신위장 발끈“쇄신안 전달을 봉헌이라니”
“보고 정도면 말을 안 해. 봉헌하는 식으로 하고…, 국민 앞에서 이럴 수 있어!”
대통합민주신당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개최한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는 반말과 고함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김호진 쇄신위원장이 당 대표를 합의 추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당 쇄신안을 보고하려 하자 정대철 상임고문이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
정 고문은 “경선하자는 사람 놓고 이렇게 경선하지 말자고 하는데 당이 제대로 가겠어? 이게 민주주의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라며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난번 창당 때도 이렇게 강요하더니 또 강요해? (대통합민주신당) 공동대표 (못하게) 밀어내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을 쓰고 있어. 어떻게 오충일 대표가 그럴 수 있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예상 밖의 강한 발언이 쏟아지자 김덕규 정세균 김효석 등 다른 중진 의원들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당직자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 고문 옆에 있던 몇몇 최고위원 등이 “비공개로 회의를 하자” “언론인 여러분 협조를…” 하는 등 사태를 진정시키려 애썼으나 다른 고함에 묻혀 버렸다.
김호진 쇄신위원장도 발끈해 “쇄신안 전달에 봉헌이라는 용어를 쓰는 건 대단히 적절치 않다. 왜 쇄신위 자리에서 지난번 당 대표 (선출) 문제를 얘기하나. 대표는 합의해서 뽑은 것 아닌가. 대표 안 됐다고 감정을 가지고 그렇게 하면 그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인가. 그게 민주주의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
막말이 계속 오가자 정동채 사무총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라고 소리치며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고성 속에 “비공개로 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면서 오 대표까지 “가만히 계세요. 비공개로 하든 공개로 하든 제가 합니다. 나서지들 마세요”라며 목청을 높였고 회의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졌다.
결국 1시간 가까이 고성이 오간 뒤 회의는 11시 15분경 비공개 회의로 바뀌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대통합민주신당은 4, 5일 두 차례 더 연석회의를 열어 쇄신안을 7일 중앙위원회에 상정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