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80분 신년회 중 50분 ‘이명박 비판’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1분


“평준화 풍전등화… 이러다 교육 쓰나미

토목공사만 한건 하면 경제가 살아나나”

노무현 대통령이 3일 ‘3불 정책(대학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폐지로 압축되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이러다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고 정면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3부 요인, 각 정당 대표,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 2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걱정되는 게 있다. 중등교육 평준화가 풍전등화 신세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시간 20분간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노 대통령은 52분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각종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 당선인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도 “토목공사만 큰 거 한 건 하면 우리 경제가 사는 것인지도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진짜 경제가 특효처방만 하면 쑥 크는 거냐. 경제성장률만 올라가면, 수출만 많이 되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 것인지 검증해야 할 것이다”며 지난 5년 동안 자신은 인위적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요새 민주주의에 대해 국민의 주문이 아무것도 없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왜 일찍 만족하고 일찍 포기해 버릴까, 이런 답답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 나름대로 성심껏 봉사했다. 그러나 국민이 기분 안 좋다는데 할 말 있겠나. 제가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람이어서 국민 기분 나쁘게 했다는 것이다”며 “나는 오만하고 독선 잘 몰랐다, 이거는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나한테 와서 떡 붙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그 때문에 승부에 졌다고들 하니까 같이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미안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하는지, 죽은 놈이라야 살리는 것인데 산 놈을 왜 살린다고 하는지 납득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노 대통령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는 큰 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새 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방침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출총제가 풀리면 투자가 얼마나 날지 모르겠다”며 “어떤 사람들은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에 불러 저녁 대접하며 ‘조금 봐 줄 테니 투자 좀 하라’고 은근히 팔을 비틀어라 하는데 그리 하면 투자가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겨냥해 “(총선에서) 여소야대라도 되어가지고 5년 동안 그렇게 당한 것을 그대로 돌려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왜 없겠느냐. 그러나 승복을 못하면 진보도 못하고 역사가 앞으로 못나간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각 당에서 1명씩 초청됐으나 2005년부터 참석하지 않아 온 한나라당에서는 불참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여러 공약을 내놓았고 국민은 그 공약을 보고 53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지지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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