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주권 세우자” GPS 개발 경쟁

  • 입력 2008년 1월 5일 02시 55분


“美 독점 운용… 유사시 방위체계 무력화” 위기감

EU 2013년 서비스… 中-日도 독자시스템 추진

“우리 항공기와 무기가 어디를 이동하고 있는지 미국에 물어봐서야 되겠는가.”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GNSS란 인공위성을 이용해 대상물의 위치 고도 속도를 계산하는 시스템. 미사일 유도 같은 군사적 용도나 항공기 선박 자동차 등의 항법장치에 이용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도 GNSS 중 하나로 1985년부터 미국이 운용해 왔다. 현재까지는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유일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미국은 GPS 운용 및 유지 비용으로 매년 7억5000만 달러(약 7040억 원)를 쓰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이 시스템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GPS의 오차는 군사용이 3m, 민간용은 15m이다. 문제는 GPS를 운용하는 미 공군 제50우주비행단이 오차 범위를 인위적으로 확대시키면 GPS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각종 항법 체계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기가 공중에서 충돌하거나 미사일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적진의 GPS 이용을 막기 위해 미군 이외 다른 사용자들의 오차 범위를 수백 m로 확대한 바 있다.

미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방위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유럽연합(EU)은 독자적인 GNSS 개발에 뛰어들었다. 러시아도 옛 소련 시절 구축했던 글로나스(GLONASS)를 재건하고 있다. 각국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GNSS들을 살펴본다.

::용어설명

○ 갈릴레오(Galileo)=EU가 2003년부터 추진했지만 재원 확보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2007년 11월 EU 교통장관회의에서 당초 계획보다 3년 늦은 2013년 개통을 목표로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해 탄력을 받았다. 오차 범위 1m 이내로 미국의 GPS보다 정확도가 높다.

○ 글로나스=옛 소련은 1982년 GNSS 구축을 시작해 1991년 24개의 위성을 모두 띄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 후 유지 보수에 실패해 2001년에는 8개의 위성만 남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재건에 나서 지난해 12월 26일 다시 24개의 위성망을 구축해 냈다. 오차 범위는 현재 57m이지만 GPS 수준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 베이더우(北斗)=중국이 2000년부터 추진해 온 독자 시스템. 현재 4개의 위성으로 중국 영토를 커버하는 1차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군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총 35개의 위성을 갖추게 될 2010년 이후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8월 8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에서 민간 서비스를 시범 실시한다. 오차 범위는 10m.

○ 준텐초(準千頂)=일본이 2002년부터 연간 100억 엔 이상을 투입해 독자 개발에 나선 GNSS로 내년에 위성 3개를 쏘아 올려 일본 영토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쓰비시와 히타치 등이 참여하고 있다.

○ IRNSS(Indian Regional Navigational Satellite System)=인도 힌두스탄항공우주사(HAL)가 개발 중인 시스템. 인도 정부가 2006년 5월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 첫 위성을 발사하며 오차 범위는 20m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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