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대통령의 쓰나미 발언과 인수위의 ‘호통’ 공방

  • 입력 2008년 1월 5일 02시 55분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 및 경제 정책에 대해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하는지 납득을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년 인사회에 3부 요인과 정당 대표 및 고위 공무원들을 초청해 놓고 약 50분에 걸친 연설의 대부분을 후임자 정책 비판에 썼다. 기자실 대못질로 언론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한 대통령이 “요새 민주주의에 대해 국민의 주문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대목에선 자신과 현실을 저렇게 모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와 관련해 “(인수위원들이) 호통치고 반성문 같은 것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수위 측은 “업무보고는 정중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상황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다시 “계속 소금을 뿌리면 저도 해 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인사 자제하라는 이야기가 한 번 더 나오면 모욕 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서 제 맘대로 하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현 정부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었다. 본보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경제와 교육을 꼽은 응답자가 71%나 됐다. 노 대통령은 ‘멀쩡한 경제’라고 했지만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극심한 불신이 대선 판도를 갈랐다. 현 정부 교육정책이 국민에게 안긴 혼란과 이에 대한 국민 불만 또한 교육정책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실패를 반성할 생각은 않고,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새 정부의 정책을 공개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직의 원만한 인수인계에 도움이 안 된다. 지난해 12월 28일 이 당선인과 만난 그는 인수인계 작업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의 신년 인사회 발언은 국정홍보처 등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 온 정부기관들이 인수위에 저항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여 더 우려된다.

인수위 활동은 현 정부 정책과 현황을 파악해 새 정부의 정책 수립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다. 인수위도 공무원들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정권 인계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하고, 인수위도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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