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good friends, 우리는 좋은 친구.’ 2003년 1월 15일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을 비롯한 한미 군 당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써 내려갔다. 한미연합사 창설 이래 대통령 당선인의 첫 방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어 노 당선인은 미군 관계자들에게 “미국 젊은이들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흘린 땀을 잊지 않고 있으며 주한미군은 한반도 전쟁을 막고 동북아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대선에선 표 때문에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했지만 군 통수권자가 된 만큼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추스르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됐다. 한나라당과 보수진영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한미관계는 ‘좋은 친구’와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2003년 2월 초 미국을 방문한 노 당선인의 고위 대표단에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한국이 원하지 않을 경우 미군이 주둔하지 않겠다”며 ‘동맹 재조정’ 방침을 통보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도 “성조기를 불태우는 국가에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론이 계속 흘러나왔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자주와 탈미(脫美) 일변도의 대미정책을 밀어붙였다. 국민적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주군대’와 주권국가의 핵심 요소라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고집했다. 또 미국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 통보와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작계 5029의 수립을 둘러싼 마찰 등 한미 군사관계는 곳곳에서 삐걱거렸다. 현 정부에서 한미동맹은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형님 외교’로 격하됐고, 노 대통령은 세계 최강의 전쟁수행본부인 한미연합사 해체를 감행한 통수권자로 남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15일 한미연합사 방문에 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당선인과의 만남을 앞둔 주한미군 측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겠다고 한 이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은 향후 한미 군사관계를 가름할 방향타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군 통수권자의 한미연합사 방문이 갈등과 불신으로 악화된 한미관계를 ‘좋은 친구’로 되돌리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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