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위서 3∼5명 추천… 과반 없으면 2차 투표
경선주장 정대철 상임고문 등은 투표도 않고 퇴장
당내 일각선 “누가 돼도 못미더워…” 인물난 호소
지도부 구성 방식을 놓고 합의추대냐, 전당대회 경선이냐로 내홍을 겪은 대통합민주신당은 7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이른바 교황 선출방식으로 새 대표를 뽑는 절충안을 택했다.
이날 중앙위 표결 과정에서는 의결정족수(전체 중앙위원 517명 중 과반수 259명 참석)에 미치지 못한 채 투표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의결 정족수 논란일 듯=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중앙위를 열고 기립 표결을 통해 재석 261명 중 찬성 181, 반대 29, 기권 51로 교황 선출방식으로 결정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0일 오후 2시 중앙위를 다시 열어 이 방식으로 새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원래 교황 선출방식은 입후보자가 없지만 중앙위는 이날 역시 기립 표결로 후보를 3명 내지 5명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단, 대표 후보자는 당 밖 인사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
따라서 10일 열리는 중앙위에서는 3명 내지 5명의 후보를 추천해 중앙위원이 이들 중 1명을 적어 낸 뒤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대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부터는 과반득표 또는 다득표로 대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합의추대에 가까운 방식이어서 그동안 유력하게 물망에 올랐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당내 분석이다.
이날 중앙위는 ‘2·3전당대회 경선’ 안은 역시 기립 표결로 재석 272명 중 찬성 13, 반대 200으로 부결시켰다.
전당대회 경선을 주장해 온 정대철 상임고문, 추미애 전 의원, 이용희 염동연 정성호 의원 등은 투표 개시 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와 기권으로 처리됐다. 오충일 당 대표도 투표하지 않았다.
의결정족수 등 회의 진행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이계안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의결)정족수가 개회할 때 정족수를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표결에 들어갈 때 정족수를 말하는 것이냐”며 의결정족수 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표결을 위해 투표용지를 준비했으면서도 정작 기립 표결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족수가 혹시 모자랐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앙위는 재석의원 수를 발표는 했지만 표결 전에 일일이 세지는 않아 정확한 투표인 수를 알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경선을 주장한 최재천 의원은 “중앙위 의장단은 최고위원회에서 선정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고, 한 중앙위원은 “이렇게 공산당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40년 정당생활에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黨 환골탈태 방안 이야기 없어”=교황 선출방식이라는 정당 사상 유례가 드문 방식으로 대표를 선출하게 됐지만 누가 되더라도 미덥지 않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온다.
손 전 지사는 ‘국정 실패 세력’이란 멍에에서는 자유롭지만 ‘한나라당 3등 후보’를 옹립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는 의견이 당내에 존재한다.
한 당직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한나라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이회창 신당’, 여기에 손 전 지사까지 신당 대표가 되면 정치판이 온통 한나라당 출신으로 채워진다”면서 “손 전 지사가 ‘당을 환골탈태 시키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당대회 경선을 주장해 온 정대철 상임고문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각각 출범하자마자 두 번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징역을 산 경력과 구시대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영국 보수당이 마거릿 대처 총리의 18년 집권 이후 노동당에 패해 정권을 놓쳤을 때 30대 신진 정치인을 대표로 내세운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재덕(경기 수원 장안) 의원은 이날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탈당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40석이 됐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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