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의원들 “총선 지원유세 포기해서야”
이경숙 “학교 복귀” 주변선 “원론적 발언”
심대평 “총리 문제 쉽게 말할수 있겠는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무총리직 제의를 수락할까.
요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측근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박 전 대표의 총리직 수락 여부다. 이 당선인 주변의 원로그룹과 소장파가 모두 박 전 대표를 총리 후보 1순위(본보 7일자 A1면 참조)로 꼽고 있지만 박 전 대표 쪽에서 총리직 수락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데다 ‘정치공학적 상황’을 감안해서도 총리직 제의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 “전반기에는 어려울 것”
이 당선인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총리가 될 경우 △총선에서 안정적인 과반의석 확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보수신당을 꺾어 영남과 충청권 장악 △화합을 통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 등의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 의원들은 총리직 수락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총리가 될 경우 4월 총선에 출마할 수 없고, 총선 지원 유세를 할 수 없으며, 당내 세력 유지가 어렵다는 논리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임기 후반이라면 몰라도 상식적으로 전반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측근 의원 중에는 박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다시 맡는 것을 바라는 이들도 있다.
박 전 대표의 일부 측근 의원은 “이 당선인 측이 박 전 대표를 총리에 임명하겠다는 것은 당내 반대 세력을 궤멸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까지 내놓는다. 총선 공천 시기를 놓고 양측이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측근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강해지고 있다.
○ “국익 고려해 수락할 것”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오랜 기간 보좌해 온 ‘원외 복심(腹心)’들은 “주변에서 반대하더라도 제의가 오면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들은 “박 전 대표가 중국 특사단장직을 수락하는 과정을 보라”고 말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애국’과 ‘국익’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지 않다”며 “공천 문제로 민감한 시기에 중국 특사 제의를 받아들인 것처럼 이 당선인을 보좌해 나라를 바로세우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면 정치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당에 남아서 정치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한 2일 대구 발언에 대해 “총리직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먼저 관심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행정 경험이 없기 때문에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도 총리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총리가 될 경우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전 총리처럼 ‘실세 총리’가 될 가능성도 높다.
○ 다른 총리 후보들의 반응
박 전 대표와 함께 총리 후보로 압축된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안병만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숙명여대 총장 임기가 약 8개월 남아 있는 이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인수위 업무가 끝나면) 저는 학교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오늘 발언은 위원장 임기가 끝났을 경우에 대한 원론적인 말이었을 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비(非)영남 충청권에 대한 배려 케이스로 거론되는 심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총리 제의가 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정에 답할 수는 없다. 내가 공직 생활을 40년 했다. 그런 걸 쉽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총리 후보 6배수에 들었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4월 총선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총리 후보군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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