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과 같은 날 실시된 군수 재선거 때문이다. 선거일 이틀 전에 주민 김모(52) 씨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더니, 6일에는 양모(57) 씨가 과수원에서 막걸리와 비타민 음료에 농약을 타 마시고 자살했다. 두 사람 모두 정한태 현 군수의 선거운동을 하다가 금품살포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직후였다고 한다. 김 씨는 가까운 이웃 사람 10명에게 5만 원씩 돌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금품을 뿌리는 사람은 물론이고 받은 사람도 ‘제공받은 금액 또는 음식물·물품 가액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2004년 총선 때부터 적용되고 있는 무서운 법규다. 자살한 두 사람은 뒤늦게 그걸 깨달았던 모양이다. 한나라당 경북도지부의 한 간부는 “순박한 분들이라 경찰에 가서도 거짓말을 못 했을 것”이라며 “자신들 때문에 멋모르고 돈을 받은 이웃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자 더는 동네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작 선거구민 16명에게 현금 4000여만 원을 뿌린 정 군수 선거캠프의 자금책은 달아난 상태다.
▷군(郡)이라고는 하지만 인구가 불과 4만5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고장에서 비극적인 선거 후유증이 가시지 않자 경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 등 형사처벌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에게 돈이 뿌려진 탓인지 청도는 온통 초상집처럼 돼버렸다. 이번 선거도 2명의 전임 군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해 치러진 재선거였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4·9총선에선 ‘청도의 비극’이 재연되지 말아야 한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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