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까지 총 8조5000억 원가량이 모아진 남북협력기금은 6·15 공동선언이 나온 2000년부터 ‘10·4선언’이 이뤄진 지난해까지 집중적으로 집행됐다.
이 과정에 기금 운영의 제도적인 허점뿐 아니라 자금의 배정 및 집행 과정에 유력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나돌았다. 감사 결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 여권에 대한 사정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얼마나 조성해 어디에 썼나?=남북협력기금은 정부 출연금과 운용수익, 공적자금관리기금 예수금 등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조성됐다. 2007년까지 조성된 금액 가운데 정부 출연금이 44%, 공적자금 예수금이 50.9%를 차지했다.
2007년까지 집행된 5조1793억 원 중 2000년 이후 4조8428억 원(93.5%)이 사용됐다.
기금의 사용은 유상과 무상으로 나뉘는데 현재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대부분 담보나 상환 조건 등이 붙지 않은 무상 지원이며 감사원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교역 경협 사업자금은 대부분이 유상 지원이다.
2007년 한 해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한 지원 액수는 2272억 원이지만 이 가운데 대북 비료 지원 등 정부 주도의 사업을 빼면 민간단체 지원 액수는 약 210억 원이다. 이에 비해 개성공단의 경협기업 등에 대출된 돈은 566억 원으로 두 배 이상이다.
▽자금 배정=사업들에 대한 기금 지원 여부는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관계부처 차관 13명이 참여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원 사업 선정에 대한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민간 전문가 4명을 위원회에 참여시키고 지난해부터는 위원회 결정을 실무 책임자들인 본부장들이 재검토하는 이중 검토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의 재량이 너무 크고 기금 집행이 정치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통일부는 한 여당 의원이 조직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평양-남포 통일 자전거 경기대회’에 7000만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대회 일정에 골프와 관광 일정이 포함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북한 기관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의 운영 경비를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후 관리=남북협력기금도 정부 예산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통제와 감사원의 정책 및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이유로 정기적인 정책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 ‘성역’이라는 지적이 컸다.
2003년부터 해마다 회계에 대한 결산 검사가 이뤄졌지만 기금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검찰은 올해 초 허위 증빙서류로 당국을 속여 5억 원에 가까운 기금을 부정하게 챙긴 혐의로 한 대북지원단체 회장과 재무처장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한나라당은 남북협력기금 중 북한에 대여해 준 돈의 처리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목상 차관 대여를 해 준 것으로 회계처리를 하지만 실제로는 회수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감사 내용과 향후 파장=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원 감사와 한나라당의 추가 감사 요청은 자금 배정에서 사후 관리에 이르는 과정의 제도적 문제와 개별 사안에 대한 실질적 집행 내용 전반에 이르고 있다.
진영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는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남북협력기금이 필요하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투명성과 합리성”이라며 “남북협력기금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감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A 장관이나 B의원이 어떤 기업이나 단체의 기금 배정에 힘을 썼다더라”는 등의 ‘괴담’이 돌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징계조치하거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관련된 민간인도 검찰에 고발된다. 고위 공직자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감사원의 고발 형식으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은 국내 어느 기금보다 깨끗하게 운용했다”며 “이번 감사가 기금에 대한 국민적 오해가 풀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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