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중동에 다걸기… 북핵은 뒷전?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퇴임을 1년 앞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해 첫 외교일정으로 중동을 선택했다. 중동평화협상 타결을 외교적 치적(legacy)으로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이 8일부터 8박 9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국가는 이스라엘→쿠웨이트→바레인→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순. 그는 10일 임기 중 처음으로 요르단 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아바스 자치정부를 방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협상 진전을 촉구했다.

반면 북한 핵문제는 지난해 말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 시한이 지나면서 부시 대통령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모멘텀’(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시 승부수 띄웠나=임기 내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문제에 매달려 온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메릴랜드 주 애나폴리스에서 중동평화회담을 주선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동을 직접 찾아 평화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원조공여국 회의에서 5억5000만 달러(약 5156억8000만 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팔레스타인 설득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마쳤다.

부시 대통령이 ‘갑자기’ 중동평화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이유는 본인의 업적 쌓기용 외에 목전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라크 등에서의 외교적 실패를 만회하는 한편 미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대인 표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동 문제가 당장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중동평화협상에 공들였지만 최종 단계에서 무산된 전례가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는 국경문제와 난민문제 등 견해차를 좁히기 힘든 핵심 쟁점이 남아 있다.

▽북핵 해결 전망은=부시 대통령이 중동문제에 다걸기(올인)할 경우 자연스럽게 북핵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 정부 때도 2000년 9월 중동평화협상이 최종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뒤 그해 10월 북한의 조명록 특사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워싱턴과 평양을 오가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했지만 ‘시간 부족’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6자회담 ‘2·13합의’와 ‘10·3합의’로 순항하는 듯 보이던 북핵문제 해결도 최근 답보상태에 빠졌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핵 폐기를 전제로 6·25전쟁 종전선언을 ‘당근’으로 제시한 데 이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처음 보냈지만 북핵문제의 해결 속도는 더디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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