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연수]이명박 당선인과 금융산업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경제 분야 사람들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퀴즈 한 가지.

제너럴일렉트릭(GE·General Electric)은 무슨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인가. 또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은 뭐 하는 기업인가.

유명한 회사들이지만 정작 이 회사들이 무엇으로 수입을 얻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름으로 본다면 GE는 전기용품을 만들고, IBM은 사무용 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실제로 회사 초기에는 그랬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생산하기 위해 1878년 설립한 회사에서 출발한 GE는 전기 및 가전제품 제조가 주업이었다. 1981년 잭 웰치가 최고경영자(CEO)가 되면서 확 바꿔 놨다.

웰치는 제조업의 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공장들을 팔아치우고 성장하는 서비스업으로 갈아탔다. 1981년 270억 달러 수입의 대부분이 제조업에서 나왔지만 웰치가 CEO를 마친 2002년에는 1317억 달러 가운데 58%가 서비스업에서 나왔다. 보험, 파이낸싱, 부동산, 비행기 대여를 하는 GE캐피털 등에서 수입의 절반 이상이 나온 것.

RCA를 인수한 얘기는 인상적이다. 컬러TV 등을 생산하던 RCA는 1960년대 미국 전자산업의 대표주자였다. 웰치는 이 회사를 사서 TV 공장을 팔아 버리고 방송사 NBC만 남겼다. 유형의 제품 생산은 수익성이 없지만 무형의 지식정보산업은 전망이 있다고 본 것이다.

IBM도 비슷하다. 1896년 펀치카드 계산기 회사로 시작한 IBM은 한때 세계 컴퓨터 시장의 50%를 장악했다. 지금은 비즈니스컨설팅이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전체 수입의 90% 정도가 서비스 분야에서 나온다. 2004년 PC사업을 중국 레노보사에 넘긴 것은 이러한 변화의 마침표 격이었다. 세계 최대의 기업연구소에서 대규모 집적회로(LSI) 등을 개발하던 IBM은 이제 서비스산업의 과학화를 위한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

서비스업이 미국을 먹여 살린다는 사실은 격주간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포천 500대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1955년 처음 포천500이 발표됐을 때 미국의 최대 기업은 제너럴모터스(GM)였고 스탠더드오일, US스틸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2007년에는 유통회사 월마트가 1위고 씨티그룹, 버라이존, 홈디포, 버크셔 해서웨이 등 서비스기업이 톱 50위 가운데 3분의 2를 넘었다.

미국에서 20여 년 전부터 발생한 변화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제조업만으로는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며 서비스업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9일 금융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기관이란 말이 금융회사(산업)로 바뀐 예를 들며 “금융이 미래성장산업이다.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규제를 완화해 미디어 복합화 및 산업화의 길도 넓힐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던 서비스업 규제 완화와 지원이 본격화되기를 바란다.

신연수 정치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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