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李당선인이 UAE에 보낸 T-50 세일즈서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2007년 1월 19일 경남 사천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KAI 측의 안내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과 ‘첫 대면’을 했다. 그는 T-50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KAI 관계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고, 조종석에도 직접 타 보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T-50 모의 비행장치를 체험한 뒤 “정치인들도 가끔 하늘 위로 올라가 봐야겠다. 맑은 정신으로 국민을 보면 더 겸허해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대통령’을 꿈꾸던 그는 당시 T-50에서 한국의 방산 기술력이 우리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확인했을지 모른다.
1년 뒤, 이런 추측을 뒷받침하듯 그는 9일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T-50을 차세대 훈련기로 선정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T-50의 대당 수출가는 약 2500만 달러(약 230억 원)로 중형 승용차 1000여 대와 맞먹는다. 아랍에미리트가 50∼60대를 도입할 경우 관련 부품을 포함해 총수출액은 25억∼30억 달러로 방산 수출 사상 ‘최고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항공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아 추가 수출과 관련 산업 발전 등 전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도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지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T-50과 경쟁 중인 이탈리아 기종은 ‘싼 가격’을 내세워 아랍에미리트 고위층에 치열한 로비를 펼쳐 왔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 기종을 선정하면 유무형의 ‘경제적 외교적 당근’을 최대한 제공하겠다며 아랍에미리트 측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KAI뿐만 아니라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가 기종 결정권을 쥔 아랍에미리트 왕실을 상대로 ‘T-50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KAI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면서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 다음 달로 예정된 기종 발표를 앞두고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13년간 2조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T-50에는 수많은 기술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차기 정부가 첫 도전과제로 T-50의 수출을 성사시키길 기원한다. 아랍에미리트 하늘로 비상하는 T-50은 세계시장에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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