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랑가에서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 건물이 화제다. 현재 12개의 갤러리가 입주한 이 건물에 공교롭게도 유력 인사들의 친인척들이 줄이어 전시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정두언(당선인 비서실 보좌역), 박형준(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위원)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두 화랑의 지점이 이 건물 2층과 1층에 각각 문을 열었다. 정 의원 부인 이화익(50·이화익갤러리 대표) 씨와 박 의원 부인 조현(50·부산 조현화랑 대표) 씨가 그들. 자신의 활동이 아니라 남편 때문에 주목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두 사람은 미술계에선 각기 독자적 역량을 인정받아 온 중견 화상들이다.
이 씨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 현대의 큐레이터를 거친 뒤 2001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처음 갤러리를 열었고 2005년 종로구 송현동으로 화랑을 옮겼다. “강남 고객들이 찾아오기 쉽도록 15평 규모의 지점을 마련했다”는 그는 ‘실세 남편을 둬서 좋겠다’는 인사(?)를 받을 때면 담담하게 말한다. “남편이 유명해지면서 유명세를 타는 건 할 수 없죠 뭐. 그냥 하나의 과정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
1990년 부산에서 화랑을 시작한 조 씨는 지난해 6월 해운대구 달맞이길의 4층짜리 신축 건물로 화랑을 이전한 데 이어 11월 네이처포엠 건물에 서울지점을 냈다. 조 씨는 주로 국내외 추상미술 기획전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박여숙(54·박여숙화랑 대표) 씨는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간사인 박진 의원의 사촌누나. 그는 최근 이 건물 3층으로 화랑을 이전해 재개관전 ‘오늘을 대표하는 한국 작가 17인전’을 열고 있다. 박 씨는 1983년부터 청담동에서 화랑을 운영해 온 강남 화랑가의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로 개관 30년째를 맞는 예화랑 이숙영(61) 대표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돈이다. 이 대표의 아들과 정 전 총장의 딸이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예화랑과는 별도로 이 건물 지하 2층에 지점을 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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