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국민의 목소리는 반성-쇄신-변화”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0일 난파 위기에 처한 대통합민주신당호(號)의 선장으로 키를 잡자마자 배는 깊은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손 전 지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표 수락연설을 마친 바로 그 시간에 기자들에게 e메일로 탈당을 알렸다. 손 대표를 지지한 서울의 한 초선의원은 “또 하나의 상처 내기”라며 격앙했다.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닌 손 대표로서는 예상보다 일찍 고비를 맞은 셈이다.

▽잇따른 탈당 행렬?=손 대표로서는 이 전 총리의 탈당에 이어 나타날 후속 이탈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이다.

당장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모인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 의원들의 동태도 문제지만 충북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의원들의 이탈 조짐은 더욱 구체적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추진하고 있는 자유신당(가칭)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김종률 의원은 “탈당 움직임이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치게 앞서나간 것 같다”면서도 “다음 주까지 당의 쇄신과 변화를 지켜보겠다. 당이 계속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지 않느냐”고 여지를 남겼다. 충북 제천-단양의 서재관 의원은 “마음은 이미 당을 떠났다”고 밝힌 뒤 이날 중앙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이 전 총리의 탈당이 충청권 의원들의 결단에 물꼬를 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에 의한 사실상 합의 추대에 반대해 전날 중앙위 소집 연기를 주장했던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해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염동연 의원, 추미애 전 의원과 최재천 정성호 문병호 의원 등 쇄신을 주장하는 초선 모임, 그리고 김한길 의원 그룹 등 30여 명이 불참해 향후 손 대표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손 대표에게는 이 전 총리의 탈당이 위기이면서 기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5선의 이 전 총리가 탈당함으로써 당내 중진이 자연스럽게 백의종군 압박을 받게 됐고, 인적 쇄신의 첫 대상이 됐을 친노 진영의 구심점인 이 전 총리가 스스로 당을 나감으로써 손 대표로서는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孫의 세 가지 과제=손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이제는 당 쇄신과 변화의 속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당내 ‘손(孫) 비토’ 세력을 최대한 빨리 진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표결에 불참한 인사들 외에 55표를 얻은 우원식 의원으로 대표되는 김근태계 및 재야파, 그리고 김호진 당 쇄신위원장을 지지한 당내 시민사회단체 출신 세력의 압박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곧 최고위원 5명을 지명해야 하는 손 대표로서는 당내 계파 안배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변화 및 쇄신 요구와 동떨어지게 첫 단추를 꿰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손 대표는 여전히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날 탈당한 이 전 총리도 탈당선언문에서 이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당장 민주노동당은 “이명박-이회창-손학규로 이어지는 보수 3형제의 과두정치 시대가 열렸다”고 논평을 냈고,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 2중대’, ‘짝퉁 한나라당’이 됐다”고 조롱했다.

따라서 손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밝힌 ‘새로운 진보세력’으로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빨리 만들어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목희 의원은 “손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강과 정동영 전 대선 후보의 공약을 이어가면 된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손 대표에게는 또한 4·9총선 공천이라는 숙제가 있다. 물론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을 하지만 공천심사위원장 임명은 손 대표의 몫이다.

당 쇄신안에서도 ‘공천 혁명’을 주장했듯이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손 대표가 계파 안배라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孫대표 수락연설 “경제 살리는 일, 새정부 아낌없이 지원”

감사한 마음에 앞서 무거운 마음으로 큰 책임감을 갖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국민의 목소리는 반성과 쇄신과 변화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을 보고 나가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경제, 성장, 세계를 위주로 나아갈 때 우리는 경제를 살리는 일, 일자리를 살리는 일에는 아낌없이 지원하고 협조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진보적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진보세력을 자임하고 따뜻한 우리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책임을 다할 것이다. 자신을 갖고, 그러나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역사를 앞으로 이끌어 나갈 때 국민은 반드시 우리 편이 되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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