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철도 멈추고 전기 끊는 투쟁”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10일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정부가 노동계를 계속 무시하면 대규모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천=연합뉴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10일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정부가 노동계를 계속 무시하면 대규모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천=연합뉴스
■ “신인도 떨어뜨리는 파업” 파문

새 정부 기조에 위기감… 작심하고 강경발언

여론 지지 얻기 힘들어… 실천 여부 불투명

철도와 항공기가 멈추고 전기공급이 끊어질 정도의 파업을 계획한다는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의 10일 발언은 즉흥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겠다고 운을 뗀 뒤 30여 분 동안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의 투쟁방향을 막힘없이 얘기했다.

“너무 센 발언이 아니냐”고 참석자가 묻자 배석한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미리 꼼꼼하게 준비해 오셨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새 정부가 노동자를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우리도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투쟁 초기에 그런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예를 들며 “철도와 항공기를 멈추고 전기공급을 끊는 제대로 된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밝힌 뒤 “지난해 지역을 다니며 대선 투쟁을 할 때도 조합원에게 계속해서 얘기했던 것으로 다들 공감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이명박 당선인의 친기업적 행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민주노총이 위축될 것을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친노동을 표방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솔직히 우리 노동계의 방향타가 잘 안 잡혔지만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부에서는 방향타가 잡힐 것”이라며 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런 강경 발언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협상파로 알려진 이 위원장이 투쟁파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평소 조합원에게 “이제는 넥타이 매듯 머리띠를 묶지 말자”는 말을 해왔다.

민주노총이 실제 강경투쟁을 시작해도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면 오히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항공기와 철도를 멈추게 한 프랑스의 공공부문 파업은 “명분이 없다”는 비판에 밀려 10여 일 만에 끝났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전력까지 끊는 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새 정부가 노동계를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강력히 맞서 싸우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국가신인도 해외서 돈 빌릴 때 금리 결정 기준

떨어졌을땐 경영 악화로 근로자 일자리 위협▼

국가신인도란 쉽게 말해 기업이 한 나라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지표다.

보통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국가별로 발표하는 국가신용등급을 통해 이 신인도를 알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높으면 기업 환경이 좋고 재정 건전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등급이 낮으면 기업 하기 힘들고 재정 상태가 열악한 셈이다.

이 등급은 해당 국가의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개별 신용등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신용등급을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기관은 해외 금융회사들이다. 각국 정부 또는 기업에 돈을 빌려 줄 때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신용등급에 따라 기업이 자금을 빌릴 때 매기는 금리 수준이 달라진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를 때 기업 또는 금융회사의 가산금리가 연간 0.1%포인트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0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를 빌리면 이자 부담이 연간 1000만 달러(약 94억 원)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과 금융회사의 차입이자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주가도 하락한다. 해외 차입금이 많은 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국가신용등급이 여러 단계 떨어지게 되면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길이 막히게 되고 이미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부도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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