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친노그룹 “이러지도 저러지도…”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신당 대표 이취임식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왼쪽)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신당 당사에서 열린 대표 이취임식에서 당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충일 전 대표와 포옹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신당 대표 이취임식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왼쪽)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신당 당사에서 열린 대표 이취임식에서 당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충일 전 대표와 포옹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창당? 국민 곱잖은 시선에 총선 전망 어두워

잔류? 공천 물갈이설 - 정체성 논란에 고민

“쿠오바디스(Quo Vadis)?”

갈 곳 없는 친노(親盧·친노무현) 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새 대표가 되고, ‘친노 공천 배제론’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등 ‘노무현 색깔 빼기’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이냐, 잔류냐의 갈림길에 선 친노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후 행보를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친노 정당 창당?=친노 그룹의 좌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탈당을 선택했다.

이 전 총리는 당내에서 ‘친노 배제론’이 제기되자 밀려나기 전에 자진해서 나가는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에 이어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유시민, 이화영 의원도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이 전 총리의 탈당을 친노 정당 창당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전 총리가 대선 패배 직후 친노 인사들과 함께 정치연구소 ‘광장’을 만든 것이 창당 시나리오의 일부라는 해석도 있다.

이화영 의원은 11일 “이 전 총리는 새로운 선명 야당을 하고 싶다는 고민과 연구에 따라 탈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그룹 탈당의 도화선은 공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쇄신을 위한 공천 물갈이의 대상을 최소 20∼30명으로 볼 때 계파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국민적 동의도 얻을 수 있는 물갈이 대상은 친노 그룹이라는 분석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공천 물갈이의 타깃이 친노 의원들에게 집중될 경우 친노 그룹의 대규모 탈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이 전 총리의 탈당은 노 대통령과의 교감 속에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출신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물론이고 현역 친노 의원들도 공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친노의 유일한 탈출구는 새로운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거나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총선 출사표를 낸 인사는 줄잡아 3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친노 세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부정적인 쪽이 많다는 것이 창당의 걸림돌이다.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윤호중 의원 등 일부 친노 의원들이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 역시 탈당하더라도 총선 전망이 밝지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정체성 부정?=상황이 어렵다 보니 친노 그룹 가운데 “나는 친노가 아니다”라는 자기 정체성 부정도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로 총선 출사표를 낸 윤승용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4일 지역에서 가진 출마 기자회견에서 “나는 엄밀한 의미에서 친노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수석은 “친노는 2002년 대선 당시 대선 캠프를 거쳐 현 정부에서 일하게 된 사람”이라고 ‘친노’를 규정한 뒤 “(나는) 2006년 말 기존의 홍보수석이 경질되는 바람에 청와대에 들어갔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친노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친노 그룹의 이탈 움직임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및 당직자들은 “이참에 당 쇄신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가 당 쇄신에 나서기가 오히려 쉬워졌다. 친노 그룹 가운데 일부가 남더라도 정체성도 수장도 잃은 집단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