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굽실 만복’ 격려받은 ‘꼿꼿 장수’

▼“당선인 면담 좀…” 거절에 “측근이라도…”

‘평양 대화록’ 유출 관련 책임론 들끓어▼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에 철저하게 맞춰 온 김만복(사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이후 행보가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11일 “대선 후 김 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직접 보고할 게 있다면서 자리 주선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또 이 당선인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측근들을 만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김 원장이 ‘한번 만나고 싶으니 시간을 달라. 드릴 말씀이 있다’는 뜻을 누차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11일 “처음 인수위를 구성할 때 제일 줄을 세게 댄 곳이 국정원과 경제부처다. (국정원은) 그 정도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김 원장이 대선 전날 평양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인수위 내에서는 강한 불만과 함께 김 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김 원장이 지휘하는 국정원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이명박 후보의 주변을 뒷조사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반(反)이명박’ 행태를 보이다 대선 후 김 원장이 표변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김 원장은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면서 허리를 많이 굽혀 ‘굽실 만복’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 원장은 대선 직후 이 당선인의 저서를 간부들에게 돌려 직원들에게서 “역시 김만복”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국정원장이 북한 통전부장과 나눈 대화록은 국가비밀에 속하는 내용”이라면서 “만일 김 원장이 유출에 연루됐다면 임기와는 별개로 국정원법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취임 이후 김 원장의 처신은 국가안보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음지에서 일하던 국정원 직원들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렸다”며 “대선 전날 평양을 찾은 것, 김 통전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 및 대화록이 유출된 것만으로도 자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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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취재 :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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