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협력’ 앞세워 北 어두운 현실 침묵
軍도 ‘주적개념’ 삭제로 정신무장 혼란
“北실상 알아야 제대로 된 대북정책 가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통일 안보 교육 재검토를 꼽은 것은 대북정책 변화를 위한 제대로 된 ‘정공법’이라는 평가가 있다.
대북정책과 같은 국가적 중요 정책을 올바로 수립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하려면 정책결정자뿐만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에 유리한 ‘화해 협력(햇볕)’ 및 ‘평화 번영’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역설적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식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13일 “새 정부는 북한의 실상과 본질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교육 현장과 군대 등에서는 최근 10년 동안의 학교 통일교육과 군대 안보교육에 대해 많은 지적이 제기됐다.
▽학교 통일 정책=가장 많은 지적은 북한과 통일에 대한 교육 교재 및 현장학습 내용이다. 초등학교 통일교육 교사 A 씨는 “우선 정부가 만든 제대로 된 통일교육 교재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교조 등 진보적인 교사들이 만든 ‘참고자료’ 등은 내용이 편향적이어서 학생들에게 오히려 비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가 만든 일부 참고자료의 경우 ‘화해 협력’을 이유로 북한의 어두운 현실은 말하지 않고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한편 과거 남한 보수 정권의 통일정책을 비판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찬양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
2005년 11월 전교조가 만든 ‘중등용 국보법(국가보안법) 수업지도안’은 국보법의 문제점만을 부각하고 있으며, 제주도 4·3항쟁과 관련한 수업 보조 자료도 너무 잔인하고 이념적으로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통일교육정책 수립 과정의 전문성과 통일 교육 교사들에 대한 교육도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교육부와 각급 교육청에서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정책 결정자들 중에는 북한 및 남북관계에 대한 전문적인 경력이 없거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중학교 교사 B 씨는 “골치 아픈 통일교육은 교사들에게 기피 대상”이라며 “당국이 해마다 통일교사 연수를 실시하지만 일부 교사는 평소 북한에 대해 별 관심과 지식이 없는 데도 순환보직 및 휴가 차원에서 다녀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군 안보교육=지난 10년 동안의 편향된 통일 안보교육은 군 장병들의 정신교육에도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장병들의 대적관(對敵觀)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는 좌편향적 대북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주적 개념의 폐기론을 확산시켰다.
2004년 6월 당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전군 장성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병사들의 대북 적개심을 고취하는 군 교육을 비판했고, 이후 국방부는 각계의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5년 주적 개념을 삭제한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당시 일선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책임진 정훈장교들도 고민에 빠졌다. 야전부대의 한 정훈장교는 “당시 정부가 주적 개념의 삭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적이 누구이고, 북한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장병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난감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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