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선기획단 가동… 공천심사위 인선 주목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불공정 시비 차단” 외부 위원장 유력

안강민-심재륜 등 물망… 당내 박관용 前의장 거론

여성위원장 카드도 고려… 출범시기는 논란 계속

한나라당이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구성할 총선기획단을 가동함에 따라 공심위 구성에 대한 당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천 시기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의 상황에 비춰볼 때 총선 후보를 뽑는 공심위 구성 문제는 당내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방호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한 총선기획단은 11일 상견례를 한 데 이어 15일 여의도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심위 구성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공천 시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강재섭 대표까지 나서 박 전 대표 측에 “정치 공세를 자제하라”고 해 공심위 구성 및 출범 시기는 당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게다가 이번 공심위는 17대 총선 때와 달리 최고위원회의 재의 요청이 있더라도 재적 3분의 2 이상 위원이 찬성하면 공심위의 안을 확정할 수 있는 ‘파워 공심위’다.

▽공심위 구성=규모면에서 볼 때 이번 공심위는 지난 총선 때의 15명보다는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당규에는 ‘공심위의 위원 중 3분의 1은 외부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당헌은 ‘각종 위원회 구성 때 여성의 비율을 30%로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공심위의 외부 인사 비중은 절반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7대 총선 때도 위원장이었던 김문수 의원을 제외하면 당내 인사와 외부 인사의 비율이 각각 7명이었다. 외부 인사들은 학계와 문화계, 법조계, 여성계 등이 망라될 것으로 전망된다. 17대 총선 때는 소설가 이문열 씨가 공심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위원장은 누구?=이번 공심위원장은 외부 인사에서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천 시기를 두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자칫 한쪽에 치우진 인사가 위원장에 선임될 경우 한나라당은 분열까지 염두에 둔 전면전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

외부 인사로는 17대 총선 때 공심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이번 대선 후보 경선 때 검증위원장을 맡았던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과 17대 총선 공심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참신성 측면에서 여성을 위원장으로 내세우는 카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인물로는 경선관리위원장 직무를 깔끔히 처리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거론된다. 이밖에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홍준표 의원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후보군에 속한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당선인 측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계파별 안배는 없다?=외부 인사 중에서 위원장이 인선되면 부위원장은 당내 중진급 의원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심위에는 당 인재영입위원장(강창희)이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관례에 따른다면 이방호 사무총장과 정종복 제1사무 부총장도 위원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 인사들은 지역별, 성별, 선수(選數)별 안배 정도만 신경 쓰고 계파별 안배는 없다는 것이 총선기획단의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힘겨루기가 진행되면 계파별 안배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공심위 출범 시기는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기획단 활동 범위를 축소해 1, 2주 내로 빨리 공심위 구성을 마무리하자는 쪽이다. 박 전 대표 측에서 총선기획단에 포함된 서병수 여의도연구소장은 13일 통화에서 “(공심위를) 21일 출범시키자고 15일 회의 때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선인 측근이 대거 포진해 있는 당 지도부는 1월 말∼2월 초를 고수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서울 - 수도권 지역구서도 해볼만”

한나라 비례대표의원 대거 출사표 ▼

21명중 17명 희망… 朴측 의원들과 갈등 가능성도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이 발족하면서 4월 제18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비례대표(전국구) 의원들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13일 본보가 파악한 결과 전국구 의원 21명 가운데 무려 17명이 수도권에 출사표를 내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런 흐름에는 수도권 표밭 분위기가 과거와 달리 한나라당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일단 공천을 받으면 ‘금배지’를 달 확률이 높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여성 의원들의 행로=21명 중 12명이나 되는 여성 의원은 하나같이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

경선 때 중립을 지켰고 지명도가 높은 나경원 당 대변인은 서울 송파을을 골랐다. 최고위원 출신으로 경선 막판에 이명박 당선인 측을 도왔던 전여옥 의원은 서울 영등포갑을 선택했고 이 당선인의 방송토론 분야를 도왔던 박찬숙 의원은 본인이 희망했던 수원 영통으로 마음을 굳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진수희 의원은 서울 서초갑을 1순위로 올렸고 김영숙 고경화 의원은 각각 서울 광진갑과 강서을로 행로를 정했다. 총선기획단에 포함된 박순자 의원은 안산 단원을에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계경 의원은 서울 송파병을 찍었다.

‘친박’(친박근혜) 계열인 문희 의원은 서울 금천, 안명옥 의원은 인천 남구에 마음을 두고 있다. 송영선 의원은 경기 안양에 도전을 검토하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들=교육전문가로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탈당한 곽성문 의원 지역구인 대구 중-남구에 금주 중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다. 역시 교육통인 이군현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경제통인 윤건영 의원은 경기 용인을을 점찍었다. 당내 국방통인 황진하 의원은 경기 파주, 노동문제 전문가인 배일도 의원은 경기 남양주갑 출마를 추진 중이다.

서상기 의원은 대구 북구갑에, 이성구 의원은 서울 서초갑에 출사표를 내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정화원 의원은 당에서 배려해 준다면 비례대표를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인 박재완 의원은 새 정부 요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비례대표 1번이었던 김애실 의원은 지역구 도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갈등의 지역들=전국구 의원들이 노리는 지역 중 현재 한나라당 의원이 포진한 곳들도 있다.

‘친박’의 핵심인 이혜훈(서초갑), 한선교(경기 용인을) 의원 지역은 ‘친이’(친이명박) 계열의 진수희 윤건영 의원이 노리고 있어 공천 결과가 관심사다.

반면 나경원 의원이 노리는 서울 송파을과 서상기 의원이 눈독을 들이는 대구 북구갑은 ‘친이’ 계열인 박계동, 이명규 의원이 버티고 있다. 황진하 전여옥 의원이 염두에 두는 경기 파주와 서울 영등포갑은 이재창 고진화 의원의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전통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이 약했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은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재공천을 해 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천에서는 박 전 대표가 ‘밀실 물갈이 공천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를 하고 나선 마당이어서 공천 결과에 따라 큰 파문이 일 가능성이 높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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