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공천 시기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내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 당선인 측 인사인 공성진(서울 강남을) 서울시당 위원장이 ‘강남권 쇄신론’을 들고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공 위원장은 15일 통화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가 출범하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권에서도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때 이 당선인 캠프의 서울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다가 9월에 서울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강남권 쇄신론과 함께 3선 이상 현역 중진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논란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강남권 쇄신론
공 위원장은 “서울 지역 48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모두 승리하겠다는 목표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한나라당 우세 지역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도당위원회는 공천 신청을 접수하고 주요 기본 자료들을 정리해 공천심사위원회에 제출하는 역할을 맡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 시도당 위원장의 의견이 주요 참고 자료가 되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공 위원장은 또 “공천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하겠지만 새로운 리더십으로 국가를 이끌어갈 이 당선인과 철학을 같이하느냐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남권 쇄신론과 관련해 현재 서울시당에서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강남권에서 여러 번 공천의 혜택을 본 사람들은 당을 위해 용퇴해야 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를 놓고 5선의 김덕룡(서초을) 의원과 3선의 맹형규(송파갑) 의원이 대상자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당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은 부인의 공천헌금 수수 사건으로 공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 대선 후보 경선 막판에 이 당선인을 지지해 불씨를 살렸다”며 “그러나 강남권 쇄신을 위해서는 용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맹 의원도 보궐선거를 포함해 송파에서만 4번의 공천을 받은 만큼 이제 다른 사람에게 지역구를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공천 헌금 문제는 김 의원과 관련이 없는 것인데 서울시당에서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맹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측은 특히 공 위원장이 “이 당선인과 철학을 같이하느냐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선에서 박 전 대표 쪽에 섰던 사람들을 겨냥한 말이 아니냐는 것.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공 위원장이 공천심사위원도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당선인 측근으로 호가호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중진 물갈이 논란
이번 공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3선 이상의 중진 현역의원의 교체(물갈이) 폭이다.
당내에서 중진으로 분류되는 3선은 24명, 4선은 3명(김형오, 이강두, 이규택 의원), 5선은 5명(김덕룡 강재섭 이상득 박희태 정몽준 의원) 등 총 32명이다.
이 당선인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18대 국회에서 이 당선인의 원내 가교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총선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차기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의원, 차기 국회의장직에 거론되는 박희태 의원도 지역구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4선인 김형오 이규택 이강두 의원 역시 지역구 재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도대체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3분의 1도 안 바뀐다면 어떻게 당의 면모가 쇄신됐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3선 이상 의원 중 L, K 의원 등 최소한 8명 이상은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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