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재정기능 잘 묶여”
해양부 “초상집에 뭘 묻나”
과기부 “국가 R&D 훼손”
정통부 “혹시 했는데 역시”
농림부 “수산업 통합 환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일부 정부 중앙부처를 통폐합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공개함에 따라 운명이 엇갈린 각 부처 공무원들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폐지가 확정된 부처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사무실에 모여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허탈해했다. 다른 부처의 기능을 흡수해 조직이 커지는 부처 공무원들은 일단 안도했지만 개편 이후 이어질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로 편치 않은 표정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조직이 나뉘어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에 흡수되는 것으로 발표되자 망연자실했다. 일부 공무원은 기자들의 취재에 “초상난 집에서 뭘 자꾸 캐묻느냐”며 감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4만여 전 직원 일동’ 명의로 반대 성명을 냈던 정보통신부는 끝내 부처 폐지로 결론나자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라며 크게 낙담하는 표정이었다. 유영환 정통부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보통신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통부 장관이) 공식적인 의사를 표명할 기회가 없었다”며 인수위의 조직 개편안에 불만을 나타냈다.
○…과학기술부는 기능을 과학과 기술로 나눠 신설될 인재과학부와 지식경제부에 각각 흡수 통합돼 사실상 폐지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과기부 측은 “과학과 기술은 융합 발전하는 게 선진국의 추세인데도 이를 분리해 다른 부처가 나눠 관리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가 연구개발(R&D) 능력도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조직 개편 결과에 대해 대체로 환영했다. 특히 일부 예산처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라는 통합부서 명칭에서 ‘기획’이 앞에 들어간 것을 보며 “예산처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예산처 관계자는 “예산과 세제, 국고 등 재정 기능이 한자리에 묶여 더 효율적인 경제 정책 수립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신설될 금융위원회에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주더라도 예산처의 ‘예산 배분권’을 가져와 명실상부한 수석 경제부처의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재정경제부는 이날 크게 당혹해했다. 국세심판원, 소비자정책 업무 등까지 다른 부처로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재경부 공무원들은 특히 인수위가 이날 발표 자료에서 ‘예산처에 경제 정책, 국고, 세제, 국제금융 등 재정경제부의 주요 기능을 통합한다’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우리가 예산처에 통합되는 것이냐”며 술렁거렸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반응은 ‘한 지붕 두 가족’처럼 극명히 엇갈렸다. 재경부의 금융정책국,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흡수해 금융위원회로 확대되는 금감위는 기존 감독권한 외에 법령 제정 기능을 갖추게 돼 만족하는 기색이었다. 반면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위원회의 권한 확대가 금감원의 역할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직 통폐합이나 축소 등을 우려하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처가 존속되고 소비자 정책까지 재경부로부터 넘겨받게 되자 내심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등 대기업에 대한 사전적 규제 폐지와 고압적인 조사 관행 등에 대한 인수위 측의 개선 의지가 강해 향후 역할과 위상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통부 과기부 재경부의 일부 기능을 흡수해 ‘지식경제부’로 확대 개편될 산업자원부는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처는 커지지만 고위 공무원들의 ‘자리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왔다.
○…수산 분야와 식품산업 분야를 흡수해 ‘농수산식품부’로 확대되는 농림부는 “당연히 한곳에서 해야 할 업무들이 합쳐진 것”이라며 고무된 표정이다. 해양부에 있던 해운물류, 항만, 해양정책 기능을 흡수해 국토해양부로 이름을 바꿔 달게 될 건설교통부 역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통일부 “존치로 알았는데…”
교육부 “명칭서 교육 빼면…”
행자부 “덩치 커져 대환영”
복지부 “민생 관련 중심에”
여성부 “성평등 정책 위축”
문화부 “높아질 위상 만족”
○…국무총리실 직원들은 이날 오후 TV로 생중계된 조직 개편안 발표를 시청하면서 점점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직 축소를 예상했지만 현실화되니 막막하다”는 한숨도 터져나왔다. 한 관계자는 “현 정부를 거치면서 조직과 위상이 확장일로를 거듭해온 데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리가 행정부를 통할하려면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개편에는 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 앞으로 청와대와 힘이 세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사이에서 어떻게 위상을 찾아나갈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통일부를 흡수하며 대외정책라인의 ‘원 톱’으로 부상한 외교통상부는 “신설되는 외교통일부가 정부의 대외창구로 다양한 사안에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고무됐다. 한 당국자는 “현 정부 들어 통일부가 사실상 외교라인의 컨트롤 타워를 해오지 않았느냐. 이번 개편은 정상화를 위한 수순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국제관계와 대외협상 틀로 풀지 못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있는데 이를 외교부가 어떻게 주도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직원들은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7일 인수위 업무보고 후 존치로 가닥이 잡히자 새 정부에 대한 업무보고 준비에 착수한 상태였다. 당국자들은 16일 오전 인수위 주변에서 “통일부 폐지안은 국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설득하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말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곧 인수위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를 부인하자 망연자실해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부처 이름에서 ‘교육’이 빠지고 인재과학부로 바뀌자 상징성이 없어졌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교육부는 당초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될 것으로 보고 대입업무와 초중등교육 분야를 외부에 이관해도 오히려 조직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즉각 교육부로 수정하지 않을 경우 18대총선은 물론 새 정부의 교육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행정자치부는 중앙인사위원회를 흡수하고 국가비상기획위원회의 재난대비 기능까지 더해 오히려 ‘행정안전부’로 덩치가 커지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행자부의 조직 기능과 인사위의 인사 기능이 통합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산하에 소방방재청이 그대로 유지된 데다 국가비상기획위원회까지 합쳐져 체계적인 재난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여성가족부, 국가청소년위원회, 기획예산처의 양극화 민생대책본부 등을 흡수해 사회 관련 부처의 중심이 됐다며 들뜬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보건과 의료분야를 아우르는 보건복지여성부로 명칭이 결정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여성부의 주된 업무영역인 양성평등과 보육정책을 효율적으로 인수인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판 회생을 기대한 여성가족부는 통폐합 대상이 되자 “침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여성부의 핵심 업무인 양성평등정책이 보건복지부의 연금, 보험 등 대형 업무에 밀려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과 국정홍보처를 합쳐 문화부로 이름이 바뀌는 문화관광부는 높아질 위상에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문화산업 정책을 좀더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을 흡수한 문화재청은 종일 잔칫집 분위기였다.
<편집국 종합>
▼‘공시족’ 술렁▼
“선발인원 줄기 전에 붙어야”
학원가 정원변경 문의 쇄도
5월에 9급 공무원시험을 볼 예정인 강민경(23·여) 씨는 16일 “오랫동안 시험공부를 해온 사람이야 그만두기 어렵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은 일반기업 취직으로 생각을 돌린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결원 충원만 한다는 소문이 떠돌아 학원에 가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7급 일반행정직을 준비 중인 김상희(23·여) 씨는 “현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7급 시험 선발인원이 단계적으로 줄어들까봐 걱정”이라며 “더 줄기 전에 빨리 시험에 붙어야겠다”고 말했다.
또 1년간 7급 시험을 준비해온 이현수(27) 씨는 “선진국에 비해 국민 1인당 공무원 수가 많지 않은데 조직효율화를 내세우며 대안은 찾지 않고 공무원 수만 줄이려 하니 짜증이 난다”며 반발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의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때 작은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수험생들 사이에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대선 이후 법원직과 일반행정직 정원이 줄고 세무직과 출입국관리직 선발인원이 소폭 늘 것을 예상한 수험생들의 직렬 변경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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