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판단땐 수사착수… 형사 처벌 불가피할 듯
검찰은 김만복(사진) 국가정보원장이 중앙일보와 전직 국정원 간부 등 14명에게 배포한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과 방북 배경 경과보고서 내용이 비밀인지에 대해 18일 결론을 낼 방침이다.
만일 검찰이 보고서 내용을 비밀로 판단한다면 김 원장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사표 수리를 유보한 김 원장의 거취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화록-보고서 1부씩 확보해 분석=김 원장은 9일 지인들에게 대화록을 포함해 방북 배경 및 경과를 설명하는 자료를 함께 전달했다. 이에 앞서 국정원은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김 원장의 방북 경과를 보고한 뒤 8일엔 인수위에 대화록 등이 담긴 자료를 제출했다.
검찰은 현재 국정원이 인수위에 보고한 경과보고서 및 대화록 1부씩과 김 원장이 지인에게 배포한 경과보고서 및 대화록 1부씩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 안팎에선 “대화록보다는 방북 배경 경과보고서에 더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협상 내용이 아닌 환담 내용이 담긴 대화록은 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지만 국정원이 작성해 인수위에 보고한 방북 배경 및 경과보고서에는 단순한 환담 수준을 뛰어넘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화록 공개 이후 인수위 측이 “1급 국가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유출된 것은 심각한 국가기강 해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보고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김 원장은 인수위에 공식 보고된 보고서를 통째로 중앙일보와 지인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비성이 핵심”=검찰은 문건 내용의 ‘실질비성(實質秘性)’ 여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비밀로 분류하지 않아도 ‘실질비성’이 있으면 비밀로 보호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그 문건을 비밀로 분류하고, 안 하고는 큰 의미가 없다. 실질비성이 있으면 비밀로 분류하지 않았더라도 비밀이다”라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비밀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검찰이 수사 중인 정보를 유출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적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고민도 있다. 검찰로서는 고발이나 수사 의뢰 없이 정보기관의 수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역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
검찰은 18일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의 자체 법리 분석을 종합해 비밀 여부와 수사 착수 여부를 함께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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