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중립, 대통령도 예외없다’ 확인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10분


허탈?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청구가 17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헌재 결정이 나온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코이랄라 네팔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허탈?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청구가 17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헌재 결정이 나온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코이랄라 네팔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 헌재 결정 의미

●‘선거중립 의무’ 9조1항 합헌

정무직 공무원, 정치 활동 가능하지만

그에 따른 정치중립 지킬 의무도 지녀

●선관위 선거중립 요청 합헌

‘선거중립 규정’ 9조1항 합헌 판단따라

중립 의무 요청한 선관위 정당성 인정

●盧대통령 헌법소원 가능

국가기관인 대통령은 제기 못하지만

盧대통령 발언은 私的부분있어 가능

헌법재판소가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중립 의무 준수 요청에 반발한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낸 헌법소원 사건을 기각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 중립 의무를 분명히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도 선거 중립 의무 지켜야=이번 헌법소원의 직접적인 대상이 된 공직선거법 9조 1항은 선거와 관련한 공무원의 정치적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다.

이와 관련한 헌재 판단의 쟁점은 대통령이 과연 선거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 영상취재: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대통령도 자유롭게 정치 활동과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정무직’ 공무원이지만 대통령이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그에 따르는 정치 중립 의무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조 재판관은 “국가공무원법 규정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무직 공무원에게 적극적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까지 허용한다”며 “선관위 요청은 기본권을 침해해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3조 3항 등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무직 공무원에게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의 지지나 반대를 하기 위한 행위’를 허용한다. 그런 행위가 언제까지만 가능하다고 제한하지도 않고 있다.

▽선관위 선거 중립 요청도 합헌=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선거 개입 발언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선거 중립 의무 준수 요청을 한 것도 헌법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선관위의 선거 중립 요청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은 선거법 9조 1항의 위헌 여부 판단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선거법 9조 1항에 대해서처럼 위헌 의견이다.

송 재판관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규정한 법률 조항은 구체적인 제재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선관위 조치도 정당한 법적 근거가 없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도 헌법소원 가능=헌법소원이 제기됐을 때 ‘대통령이 과연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대통령과 같은 국가기관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헌법소원이 개인의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인 만큼 헌재 심리 과정에서 대통령과 같은 국가기관을 개인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 됐다.

먼저 선관위의 선거 중립 요청에 대해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어 기본권 침해를 따질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차례에 걸친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에 대해 헌재는 ‘사적인 성격이 강한 것과 직무적인 성격의 발언이 섞여 있어서 일단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러한 다수 의견과 다르게 김종대 이동흡 재판관은 노 대통령에게 헌법소원 자격이 없다는 각하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선관위 조치가 단순히 협조 요청에 불과하다”고 했고, 이 재판관은 “대통령은 기본권을 침해당할 수 있는 주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에게도 헌법소원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선거법 9조 1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전제다. 만일 대통령에게 헌법소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으면 더 판단할 필요 없이 사건은 각하되기 때문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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