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전-당선후 달라진 MB 스타일

  • 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CEO-서울시장때 불도저

경선-대선 과정땐 몸조심

지금은… 다시 불도저

변화 - 발상전환 외치며 거침없는 속도전

말할땐 애드리브 줄이고 정제된 표현 사용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한 달 동안 보인 언행에서 ‘명박스럽다’는 자신의 ‘본색(本色)’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명박스럽다’는 이 당선인의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미래를 향해 어려움을 거침없이 진취적 저돌적으로 헤쳐 나가되 합리성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나온 수식어다. 이 당선인은 당내 경선과 대선을 앞두고 주변에서 표를 의식해 ‘이런 것은 피해야 한다. 저런 것은 좀 드러내지 말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 자신의 모습을 잃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키워드=이 당선인이 최근 각종 발언에서 자주 반복하는 주요 키워드는 ‘변화’ ‘발상의 전환’ ‘통합(융합)’ 등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개혁’을 나름대로 순화한 어휘들이다. 급격한 변화가 아닌 점진적 변화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루되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완성하겠다는 의미다.

이 당선인은 18일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세를 갖고 하는 정치는 옛날 정치다. 적으면 적은 대로 내가 좋은 모습으로 좋은 변화를 보여주면 국민에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서는 “기존의 아날로그식 사고를 버리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정책을 제시하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13일 국정과제 종합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이 당선인은 수차례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하지만 효과적이고 강력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합의 중요성도 빠뜨리지 않는다. 최근 인수위가 확정한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조직 통폐합에 대해 “단순한 업무의 통합만이 아닌 사람의 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야관계에서 ‘여야 협력 모델’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법=이 당선인의 화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후보 시절 잦은 애드리브로 자주 구설에 올랐던 모습과는 달리 정제된 표현만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실제 대통령 당선 이후 말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은 아직 없다.

행동에 있어서는 거칠 것이 없는 듯하다. 예고 없이 각종 회의에 불쑥 나타나 구성원들을 긴장시킨다. 그러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듯한 목표치를 제시하며 ‘반드시 달성하라’고 채찍질한다. 최근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한 뒤 이 당선인은 곧바로 “2주일 내에 규제개혁 로드맵을 만들어내라”고 주문했다.

한 측근은 “이 당선인은 최근 각종 회의에 참석했을 때 거침없이 제안들을 쏟아낸다.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참석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숫자를 중시한다. 경제지표 등의 수치가 정확한지 꼼꼼히 따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인사(人事)에 너무 신중한 나머지 주변에서는 ‘좌고우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선을 앞두고 캠프 선대위 인선이나 후보시절 당 선대위 인선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고, 최근 국무총리와 각료 인선도 진통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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