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장 설립, 물류·유통, 산업·무역 등 3대 분야에서 8개 개혁 과제를 선정해 개선 방안까지 마련한 상태다. 이들은 기업 활동과 관련된 핵심 분야로 여기서 규제 혁파가 이뤄질 경우 식품안전, 보건의료, 교육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큰 규제는 거의 풀리게 된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장 설립 관련 규제 중 ‘수질오염 총량제’를 최우선 개혁과제로 꼽고 있다.
하이닉스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체들이 수질오염 규제 때문에 공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지방도시들이 공장을 유치하지 못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 전국 단위 공장 규제부터 해소
수질오염 총량규제는 2004년부터 4대 강 인근에 기업이 공장을 지을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설정한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의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한강 유역에 있는 경기도 지자체들은 총량제 도입 여부를 자율 결정하는데 현재 경기 광주시만 총량제를 채택한 상태다.
하지만 미래 개발계획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채 허용량이 설정돼 전남 나주시 및 장성군, 충북 진천군, 경남 함안군 등지는 이미 허용량을 초과해 공장 설립이 불가능한 상태다.
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시에는 총량제 대신 개별 오염물질의 농도를 기준으로 공장 신증설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농도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구리 공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장 증설을 승인받지 못했다. 이천시가 완화된 수질오염 총량제를 도입하고 하이닉스 공장 증설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량이 이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증설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수질오염 총량이 넘어 공장 증설이 중단됐던 전남 장성군과 나주시, 충북 진천군 등지의 경제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기계부품사업체인 A사는 2006년 6월 충북지역에 공장을 짓기 위해 1만2540m²의 땅을 매입했지만 지자체에서 수질오염 총량이 넘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절해 수억 원을 날렸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4대 강 유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이 자체 정화 노력으로 당초 예상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였을 때 이 절감분을 다른 업체에 팔 수 있도록 하는 ‘오염물질배출권 거래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도시 내 공장’도 활성화
도시에 가까운 지역에 공장이 부족해 물류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근린생활시설 용지에 공장 설립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인수위 안은 근린생활시설은 세탁소 음식점 학원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용지인데 여기에 제조업체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 지금의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시에 공장이 들어서는 게 가능해져 소기업의 창업이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위는 보고서에서 “근린생활시설에 공장이 늘어나면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시 내 공장의 용도를 제한하는 등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현재 3년 이상 걸리는 산업단지 조성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개별 법 적용을 받고 있는 하천공사 인가, 농업진흥지역 변경, 보전산지 해제, 공장설립 승인 절차를 앞으로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로 일괄 처리키로 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규제 완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개별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규제를 먼저 푼 뒤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규제를 푸는 식으로 순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폐수 안나오는 ‘창고’ 수도권 그린벨트內 허용▼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물류와 유통산업 분야의 각종 ‘전봇대 규제’도 투자를 막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보고 있다.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물류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막는 건축 규제와 유통단지 내의 상가 등 판매시설 비중을 제한하는 유통시설 용지 제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내에는 공공시설, 농림수산업용 시설, 주택, 근린생활시설 등을 제외한 건축물이 들어설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창고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불법 창고가 난립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경기도가 외자 10억 달러를 유치한 뒤 추진 중인 안성·부천 물류시설단지는 규제에 발이 묶였다. 초저온 저장시설과 자동 집배송시설, 대규모 트럭터미널을 갖춘 첨단물류단지로 계획됐지만 건설교통부의 유통단지 개발 총량 제한 때문에 필요한 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는 오폐수 방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 물류시설에 한해 수도권 그린벨트 내에도 건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수위는 또 유통단지 내 판매시설 용지 제한을 풀거나 비율을 높이는 한편, 대형 할인점 및 전문상가단지 등을 유치해 유통단지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통단지 내의 유통시설 용지의 50% 이상을 창고 등 물류시설에 할당해야 하는 규제 때문에 상가 도매시장 등의 판매시설이 50% 미만으로 제한되는 현행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 특히 최근 유통산업이 교외형 아웃렛 등으로 대형화하는 추세여서 ‘매장보다 물류시설에 더 큰 면적을 배정하라’는 규제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초 경기 여주군 여주읍 유통단지의 신세계첼시 아웃렛이 수도권 정비계획법(수정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단지 내의 매장 등 판매시설이 규정보다 크게 지어졌다는 것.
신세계첼시 측이 유통단지 내 판매시설 면적비율 기준을 간신히 맞췄지만, 수정법에 따른 연면적 제한(1만5000m²)이라는 ‘이중 규제’에 다시 발목이 잡힌 것.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애써 외국자본을 유치하고도 ‘규제의 벽’에 부닥친 사례였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사업소稅’ 40% 경감… 지방 中企 부담 덜어▼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종업원(월평균)이 50인을 넘거나 사업소 연면적이 330m²를 넘는 기업들에 대해 사업소세(事業所稅)를 물리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자체들의 사업소세 징수 규모는 △2001년 4351억 원 △2002년 4731억 원 △2003년 5248억 원 △2004년 5672억 원 △2005년 6207억 원 등으로 점점 증가해 왔다. 법인세, 소득세 등 중앙정부가 부과하는 세금도 부담스러운데 지자체가 부과하는 세금마저 증가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방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데도 매년 세금 징수액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매년 연면적에 대해 m²당 250원과 종업원 급여총액의 1000분의 5를 과세하고 있는 사업소세를 각각 m²당 150원, 종업원 급여총액의 1000분의 3으로 낮출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 제한을 대폭 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수출 진흥을 위해 자유무역지역을 설치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입주시켜 물류, 관세 부분에서 혜택을 주는데 현재 대상 업종이 ‘제조업’으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컨설팅 서비스, 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업종의 기업들은 아무리 수출입 비중이 높아도 입주 자격이 없어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1만3000여 개 벤처기업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연구 중심 벤처기업들도 일반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력 요금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중심 벤처기업이 사용하는 연구 장비들은 특성상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의 연구 중심 벤처기업에는 전력 요금이 큰 부담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식당, 술집 등 상업용 건물과 똑같은 수준의 일반용 전력요금을 내고 있다.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요금은 광업, 제조업 등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이들에 산업용 전력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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