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강화 - 북핵 주도권 이중 포석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방미 특사단이 미국 측과 각국 실무진이 참여하는 ‘한미일 삼각동맹 협의체 복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9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방미 특사단이 미국 측과 각국 실무진이 참여하는 ‘한미일 삼각동맹 협의체 복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9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분야 참모들은 당선 이후 끊임없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 왔다.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외교통상부에 한미일 3개국 외교장관 정례회동 추진을 요구해 왔다.

한미일 삼각동맹 협의체의 복원은 미국이 동맹 강화를 바라고, 일본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취임 이후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는 데다 한국의 새 정부도 동맹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 실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6자회담 내 다른 국가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맹 통한 비핵화 추진력 강화=새 정부가 한미일 연합체 복원에 적극적인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동맹이 바탕이 되는 추진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통적인 동맹국가인 세 나라가 대북정책과 관련한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면 6자회담의 순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북한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가 삼각동맹 협의체의 형식으로 참조한 것은 1999년 창설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이다. 한미일 3국이 대북정책에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창설된 모임으로 2003년 초 한일관계가 냉각되는 등 정세 변화로 중단됐다. 이후 북핵 문제는 2003년 8월 처음으로 열린 6자회담에서 논의돼 왔다.

당시 3개국은 TCOG를 통해 북한을 한목소리로 압박했다. 2003년 1월 한미일 공동성명에서 3국은 북한 핵무기와 관련해 평화적, 외교적 해결 노력 의사와 대화 의지를 밝혔지만 북한에 즉각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를 요구했다. 핵 폐기에 따른 미국의 보상이나 대가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사단 관계자는 “새 정부가 구상하는 삼각동맹 협의체는 북한에 대한 압박보다 의견 조율을 통한 6자회담 순항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한미일 삼각동맹 연합체가 대북 문제에 한정됐던 TCOG를 넘어 군사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국제정책연구원(회장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지난달 발표한 ‘한미관계의 미래를 위한 제언’에서 “정책적 조화를 위해 한미일 공조체제가 복원돼야 하며 북한 핵문제는 물론 3국 간 군사협력방안에 관한 토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중-러 자극 우려도=한미일 삼각동맹 협의체 구성 등 공조 강화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미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6자회담이 가동되고 있는데 대북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협의체를 만들면 북한 러시아 중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일 공조는 중요하지만 협의체까지 재개한다면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괜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갈등으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굳이 지금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이미 16일 노동신문을 통해 “한미일의 대북 삼각 ‘압력공조’ 체제를 다시 획책한다면 조선반도 핵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미국에 경고했다.

한미일 삼각동맹 협의체의 유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이 부상하는 가운데 한미일끼리 무엇을 논의할지 구체적인 전략과 유용성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

한 관계자는 “6자회담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3국이 모여 비공식적으로, 허심탄회하게 장기적인 동북아 정세를 논의하는 형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제관계에서 다자협력체가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다”며 “한미일뿐 아니라 한중일, 한중러 등 다양한 협력체를 구상하는 등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TCOG: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Trila-teral Co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은 1999년 4월 한미일 3국이 대북정책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창설된 모임이다. 차관보급이 각국 대표를 맡아 도쿄-서울-워싱턴을 돌면서 회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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