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아침프로, 불륜 장면 버젓이… 애들볼까 겁난다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23일 아침에 방영된 KBS 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의 선정적인 화면들. 이 프로그램의 ‘이슈&피플’ 코너에서는 ‘실태 보고! 주부들의 애인 만들기 열풍’이라는 제목으로 술 취한 남녀가 부둥켜안고 호텔로 향하는 장면(왼쪽)과 나이트클럽에서 주부가 남성과 외설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을 방영해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BS 2TV 방송화면 캡처
23일 아침에 방영된 KBS 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의 선정적인 화면들. 이 프로그램의 ‘이슈&피플’ 코너에서는 ‘실태 보고! 주부들의 애인 만들기 열풍’이라는 제목으로 술 취한 남녀가 부둥켜안고 호텔로 향하는 장면(왼쪽)과 나이트클럽에서 주부가 남성과 외설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을 방영해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BS 2TV 방송화면 캡처
■ 李당선인 “공영방송 아침프로 선정적” 비판 왜 나왔나

기혼 남녀의 부적절한 만남이 횡행하는 나이트클럽이 TV 화면에 가득 찬다.

한 여성이 옆에 있는 남성에게 “큰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둘째가 여섯 살… 가정도 일단 중요하지만 내 인생도 중요하다”며 깔깔거린다. 나이트클럽에 앉은 여성들은 “노래방 간다 하고 나왔다” “서로 조심하면 들킬 일이 없다”고 말했다. 술 취한 남녀가 부둥켜안고 같은 건물에 있는 호텔로 향하는 모습도 나왔다.

23일 KBS 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오전 6∼8시)이 방영한 ‘이슈 & 피플’ 코너의 ‘실태 보고! 주부들의 애인 만들기 열풍’에서 보여 준 내용이다. 이를 본 이명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단과의 만남에서 “공영방송 KBS가 아침 프로그램에서 탈선 주부 얘기를 선정적으로 여과 없이 방송하던데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놀랐다.

이 코너는 약 8분간 기혼 남녀의 탈선 현장을 보여 주었고 출연 여성은 “아이들한테는 미안한데 신랑한테는 미안한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방송…’은 16일에도 ‘주택가로 스며든 전단지 성매매’를 고발한다며 가슴을 드러낸 여성의 모습이 실린 음란 광고물을 흐릿하게 처리해 내보냈다. 그러나 여성의 선정적인 자세나 광고 문구는 읽을 수 있었다. 성매매를 한다는 다방 종업원이 인터뷰에서 “평균 13만 원 정도 받는다”고 말하는 장면도 내보냈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 아침 방송의 선정성이 지적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 문제를 고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긴 하지만 매년 10건 가까이 방송위의 제재를 받으며 시청자 불만은 그보다 많다.

지난해 8월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은 “부부 갈등의 해결책을 알아본다”며 부부 폭행과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KBS 1TV ‘아침마당’에서는 지난해 3월 여성 출연자가 작은 가슴 콤플렉스를 남성의 작은 성기 콤플렉스에 비유해 설명했다.

시청자 고명희 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불행하고 비인간적인 내용을 담은 드라마를 방영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공영방송 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것”이라며 “대통령 당선인이 한마디했다고 전봇대 뽑듯 아침방송 하나만 제재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위는 KBS 2TV ‘생방송…’ 23일 방영분에 대한 심의를 25일 보도교양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생방송…’의 김일환 책임PD(CP)는 “시청률에 민감한 외주 제작사가 선정적 화면을 보내 오는 경우가 있으나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1년에 두세 차례 나갈 뿐이지만 앞으로 제작에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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