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 ‘개혁 3重苦’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정부개편안 처리 난항… 공직사회 저항… 세계경제 침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당선인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청와대와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반대하고, 공무원들은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또 세계 경제가 점점 악화돼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외부 환경 탓에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이 당선인의 약속 이행에 장애가 등장한 셈이다.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 처리 난항=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등은 이 당선인 측이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문제가 많다. 일괄 처리는 어렵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가세해 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특히 이 당선인이 향후 5년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효율성과 기능융합이 반영된 조직 개편안을 사실상 ‘원위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요구하는 것은 이번 개편안의 핵심인 통일부 여성부 정보통신부 등 통폐합된 부서를 다시 다 살려내라는 것과 같다”면서 “개편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득하고 또 설득해도 안 된다면 현재의 법 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면 4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차지를 통해 우리 힘으로 바꿔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악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초대 각료 인선이 마냥 미뤄진 채 장관이 없는 국정 운영이라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통폐합되는 부처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산하 기관이나 단체들을 통해 자신의 부처를 살려달라고 호소하는가 하면, 전직 장관이나 간부들을 동원해 조직적인 로비도 한창이다.

이 당선인은 공무원의 조직적 저항에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선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말’로만 경고할 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무원이 걸림돌이다” 등의 경고가 전부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공무원 집단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24일 인수위 간사회의에서 “정권 교체기에는 상당한 정신적 해이가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권교체가 무난히 되기 위해서는 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잘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공무원들의 저항은 누그러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 위축=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드는 대목도 상당히 우려할 만하다.

외부 환경이 안 좋을 경우 경제 살리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이 최근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글로벌 금융 불안 사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인수위에 관련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과 인수위가 금융규제 개편안을 신속하게 내놓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李당선인의 ‘3重苦’ 해법은

“레이건처럼 설득 또 설득”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3중고’를 돌파하기 위해 ‘될 때까지 설득하고 가능한 것부터 먼저 시작하라’는 자신의 행동원칙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될 때까지 설득하고 가능한 것부터 먼저 시작하라’=이 당선인은 24일 특별한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정국 구상과 총리 각료 인선 작업에 몰두했다.

이 당선인은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위기 때마다 원칙으로 삼았던 ‘될 때까지 상대방을 설득하고, 가능한 것부터 먼저 시작하라’는 행동원칙을 이번에도 보여 줄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 설득=이 당선인은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개편안의 원만한 국회 처리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레이건식 협력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로널드 레이건(사진) 전 미국 대통령은 1981년부터 8년간 재임했는데 이 중 6년이 여소야대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의회를 성공적으로 설득했다. 자신의 감세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을 따로 만나 설득했고 그 결과 의회에서 61.9%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 당선인은 청계천 복원 공사를 추진하면서 수천 번의 설득작업을 통해 결국 복원 공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든 일화가 있다.

핵심 측근은 “이 당선인이 아직 대통령이 아니라 권한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설득뿐”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조직적 저항에 대해서는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공무원이 걸림돌이었다”며 채찍도 휘두르고 있다.

▽경제 살리기 신속한 걸음=이 당선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가능한 것부터 먼저 시작한다는 행동원칙에 따라 각종 규제를 신속히 없애 국내 기업 투자는 물론 해외 투자 유치를 단기간에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당선인이 인수위에 “2주 안에 규제개혁 로드맵을 완성하고 취임 100일 전에 철폐할 수 있는 불필요한 규제를 모두 없앨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투자 유치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오일 달러’ 유치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미국의 유명한 테마파크를 인천, 전남 여수시 등에 유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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