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부패 비리 연루자에 대한 공천 금지’ 당규 때문에 거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당 쇄신책으로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 신청 자격을 불허한다”고 당규에 명시했지만 당 지도부가 규정 적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거세진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23일 대타협 과정에서 ‘당규 무효화’에 대한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박 전 대표 측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1996년 알선수재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을 눈감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과 관련해서는 ‘형 확정 후에도 16, 17대 선거에서 공천을 받았고 주요 당직까지 거친 사람을 새 당규로 공천하지 않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당 일각에서는 “형이 확정됐더라도 사면을 받았으면 공천에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경남 거제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가 조세포탈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미 사면됐기 때문에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현 당규에는 사면 받은 사람이 공천을 신청할 수 있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안강민 당 공천심사위원장은 25일 통화에서 “당규대로 해야 한다. 당규에 있으면 어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그는 “당규를 만든 취지 등을 살펴 사면 받은 경우도 적용해야 할지, 이미 정치적으로 심판을 받아 문제가 안 되는 것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정치인의 사면이 남발돼 온 상황에서 사면을 이유로 공천하는 것은 당규 개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세다. 한 당직자는 “비리 정치인이 당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당규 개정의 취지인데 예외를 너무 폭넓게 인정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며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을 때 ‘뼈를 깎는 각오로 반성하겠다’는 다짐이 대선 승리의 취기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당직자는 “국기를 흔들었던 현철 씨가 사면을 이유로 공천을 받는다면 YS의 마음은 사겠지만 국민의 마음은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은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망하려고 작정을 하지 않은 다음에야 당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없다”며 “만약 부정부패 연루자를 공천한다면 윤리위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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