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北核 넘어서는 글로벌 미션 찾아야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23일 미국 스탠퍼드대 엔시나홀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한미 국제심포지엄의 3번째 세션인 ‘새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왼쪽부터 로버트 칼린 전 팀장, 이신화 교수,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 대니얼 스나이더 부소장. 스탠퍼드=이기홍  특파원
23일 미국 스탠퍼드대 엔시나홀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한미 국제심포지엄의 3번째 세션인 ‘새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왼쪽부터 로버트 칼린 전 팀장, 이신화 교수,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 대니얼 스나이더 부소장. 스탠퍼드=이기홍 특파원
[스탠퍼드대-고려대 주최 국제심포지엄]

한국 새정부 출범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한국의 대통령선거와 새 정부 출범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이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공동주최,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23, 24일 이틀간 스탠퍼드대에서 열렸다.

한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미동맹의 미래를 토론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양국이 상처받은 동맹관계를 치유하고 새로운 지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 대선에 대한 평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스캔들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변화를 원했으며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들이 아마추어적이라고 느끼는 대중의 정서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이념과 지역감정, 반미감정의 쇠퇴가 이번 대선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났다”며 “한국인 다수가 한미동맹의 강화와 함께 ‘북한과의 대화·협상 정책(engagement policy)’을 지속하되 상호주의 요소를 강화할 것을 바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스탠퍼드대 펜텍 펠로)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한국 대선을 한국에서 지켜봤다”며 “후보들 간의 토론이 실질적이지 못하고 현직 대통령이 후보를 공격하는 등 부적절한 일이 일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놀라울 만큼 훌륭한 민주주의 축제였다”고 평가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화가 후퇴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의 대선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 줬다”며 “단 총선과 대선 시기가 엇갈려 대선 직후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는데 이명박 정부가 결단을 내려 임기 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한미동맹 회복, 기대와 도전

참석자들은 “새 한국 정부가 지향할 ‘창조적 실용주의 외교’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실제로 기존 정책들과 어떻게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백지 상태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5년을 두 기간으로 나눠 볼 때 전반기엔 양국 간 대북 접근법의 차이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후반기 2년 반은 생산적이었고 북핵 문제에서도 접점이 있었다”며 “한미관계가 새로운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높고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은 전반적으로 더 원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란에 대해 “한국 내 보수파의 걱정을 들어 왔다”며 “기본적으로 미국은 한국이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고, 일단락된 문제라고 보지만 양쪽 모두에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양국은 동맹의 임무를 북한 문제를 넘어서서 글로벌 무대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한국의 새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자기 체급에 맞는, 아니 그것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전시작전권 문제에 대해 미국이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이념이 아닌 국익에 바탕을 둔 실용적 외교 전략을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할 때 닥쳐올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특히 보수와 진보 모두 인정하고 지지할 대북정책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기욱(아태연구소장) 스탠퍼드대 교수는 “새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보고 있어 평화체제는 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고 이는 미국의 견해와 비슷하다”며 “하지만 진보 단체들이 반미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큰데 기존과 달리 정부가 진보 진영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미국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한미동맹 회복과 발전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단순히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동북아 지역안보와 질서 유지 등 더욱 적극적인 역할로 발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동북아정보팀장은 “2001년 공화당이 8년 만에 재집권했을 때 공화당 정부는 과거 자신들이 한국을 다뤘던 경험에만 의존했으나 이미 한국은 엄청난 변화를 겪은 뒤였다”며 “마찬가지의 실수를 한국의 새 정부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상대했던 미국이 아니라 9·11테러, 이라크전쟁 등으로 인해 이미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 북핵 문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지향성을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대규모 원조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맞바꾸는 빅딜을 하는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 내에선 대북 대화·협상 정책을 계속 이어가되 과거와는 다른 버전을 바라는 여론이 많은 것 같다”며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근과 채찍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칼린 전 팀장은 “창조적 실용주의는 훌륭한 슬로건이지만 상호주의라는 옛날의 아이디어를 판다는 점이 한계”라며 “한나라당이 정권을 내놓은 1997년 말의 북한과 2008년의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8년의 북한은 매우 약하고 기근에 시달렸으며 경제는 붕괴 직전이어서 압박하면 성과를 얻어내기 쉬웠지만 지금은 북한에 대해 사용할 ‘압박책’이 마땅치 않다”며 “한국의 새 정부는 채찍의 사용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주제발표 및 진행자▼

◇미국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대니얼 스나이더 아태연구소 부소장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동북아정보팀장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래리다이아몬드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

임혁백, 이내영, 이신화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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