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은 왜 이경숙 위원장을 점찍었나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다부진 일처리… 똑 부러진 화법

“이경숙 리더십이 새정부 예고편”

기관차처럼 주말에도 쉬지 않고 매일 달려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6일로 출범 한 달째를 맞았다.

정권 인수를 위한 한시적 조직이지만, 인수위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특유의 최고경영자(CEO) 식 일처리와 맞물려 정부 조직 개편안 등 굵직한 정책 현안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10년 만의 정권 교체 ‘사령탑’ 역할을 무난히 해내고 있다는 평이다.

언론인 성향 조사, 자문위원의 ‘고액 투자 자문’ 논란 등 ‘고속 질주’ 과정에서 오류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기초 공사의 뿌리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여기에는 인수위 출범 전부터 ‘이명박의 사람’으로 통하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의 ‘그늘’에 가릴 수밖에 없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숙명적 위치’를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의 매일 오전 7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2층 집무실로 출근해 각 분과 간사단회의를 주재해 온 그는 다부진 일처리와 조용한 조직 장악력으로 인수위를 이끌면서 “왜 이 당선인이 일찌감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점찍었는가”에 대해 몸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인수위 출범 초기 ‘얼굴마담’에 그칠 것이라는 항간의 관측을 의식이라도 한 듯, 이 위원장은 한동안 이 당선인의 각종 공약집을 집으로 가져가 탐독했다. 그는 위원장을 맡은 뒤 하루 평균 서너 시간밖에 못 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첫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지난 대선에서 530만 표 차로 국민이 이 당선인을 지지해 준 것으로 끝났다”며 노무현 정부와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일과 실적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것으로 이후 ‘요점 정리’ 식으로 진행된 각 부처 업무 보고, 건국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정부 조직 개편 발표 등을 예고했다.

통일부 국정홍보처 폐지 등이 논의된 업무 보고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과 벌어진 논쟁이 ‘공무원 길들이기’로 비치자 4일에는 “업무 보고는 국정감사가 아니라 당정 협의하듯 해 달라”는 간명한 어법으로 상황을 진정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순항하던 인수위와 이 위원장의 첫 번째 위기는 인수위에 파견된 문화관광부 박광무 국장의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 지시 파문이었다. 인수위 일각에서는 “박 국장 개인의 판단”이라며 인수위 차원의 사과를 말렸지만, 그는 15일 “인수위 의도와 상관없는 일이 발생했지만 정말 죄송하다. 인수위의 신뢰에 먹칠한 것은 유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파문은 결과적으로 오래가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16일 직접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 18부 4처를 13부 2처로 줄이면서 여성가족부가 보건복지부에 통합되는 데 대해 여성계가 반발하자 이 위원장이 직간접적인 채널을 가동해 설득하고 무마했다고 인수위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인수위 한 달 최대 정책 중 하나였던 대입 3단계 자율화 정책 마련 과정에서도 이 위원장은 오랜 교육현장 경험을 살려 대국민 설명에 나섰다. 특히 사교육비 폐해의 핵심인 영어 교육과 관련해 그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영어 문제는 교육 문제가 아니라 기러기 아빠 양산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영어 공교육 강화를 향후 5년간 국가적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최근에는 부쩍 쓴소리를 하고 있다. 출범 후 계속되는 격무로 인수위 내 기강이 흐트러지고 미국발 금융 위기,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반발 등 국내외의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25일 “국내외 상황이 참 힘들구나 하고 느끼는 줄로 안다. 잘 추슬러서 창의력을 보태고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시정하는 장치를 마련해 나가는 일들이 간단치 않다”며 인수위 한 달 소회를 밝혔다.

올해 8월로 숙명여대 총장을 마치는 이 위원장은 초대 내각이 아니더라도 향후 입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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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공=인수위, 편집=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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