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 후보 인선 ‘반전게임’ 한달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3배수 국무총리 후보 가운데 한 명이던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를 따로 만나 의사를 타진하면서 총리 인선이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다.
12월 말부터 시작된 총리 후보 인선작업은 한 달 동안 변화무쌍하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최초 6배수 압축=이 당선인 측은 6일경 최초로 6배수 정도로 후보를 압축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순위로 올라왔고,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안병만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 등이었다. 특히 심 대표가 본보의 보도(7일자)로 처음 후보로 거론되면서 총리 후보 기준에 ‘총선 압승’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당시 이 당선인은 본보 보도 이후 “심 대표가 후보군에 들어있다는 것이 어떻게 알려졌느냐”며 의아해 했다고 한다.
고려대 총장서리를 맡고 있는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고려대 대통령-고려대 총리’,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기업인 대통령-기업인 총리’라는 부담 때문에 잠재적 후보군에만 포진했다.
▽후보들의 줄고사=본보 보도 이후 후보군에 속한 사람들은 즉각 반응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9일 이 당선인과의 당선 후 첫 만남에서 입각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당선인 측이 총리직과 함께 다른 ‘옵션’도 제안했고 박 전 대표는 ‘생각해 보겠다’는 반응이었으며 1월 중순까지 물밑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심 대표도 언론을 통해 고사의 뜻을 밝혔고, 이경숙 위원장은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총선 출마나 비서실장 후보로 바뀌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됐고, 정 전 총장도 별다른 진척이 없어 후보에서 빠졌다.
▽후보군 추가 검토 및 1차 3배수 압축=고사가 이어지자 이 당선인 측은 후보군을 추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9일경부터는 박 전 대표, 심 대표와 함께 3명의 후보가 추가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한승수 유엔특사다. 정치 원로가 한 특사를 추천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손병두 총장,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후보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당시 한 특사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측근들은 72세라는 한 특사의 나이가 다소 걸림돌이었다고 전한다. 한 특사는 다시 후순위로 밀려났고, 이 당선인의 일부 측근은 ‘정치인 카드’를 다시 주장해 후보군은 ‘박근혜-이경숙-심대평’으로 압축되는 분위기였다.
이후 심 대표 카드가 먼저 날아갔다. 이 당선인은 8, 9일경 심 대표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총리를 맡아 줄 것을 제안했고, 심 대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의 관계 등을 정리하는 대로 답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심 대표가 10일 자유신당 창당발기인 대회에 참석하고, 14일 현판식에도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심 대표 카드는 끝이 났다.
박 전 대표 카드는 14일 전후로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인 측근들은 당시 “박 전 대표 측 일부가 과도하게 공천 보장을 요구해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막판 정리 작업=이 당선인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원외교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준을 언급하면서 한승수 특사, 손 총장, 한승주 전 장관이 다시 부상했다. 이경숙 위원장은 계속 살아있는 카드였다. 이 당선인은 19일 손 총장에게 총리직을 제안했지만 손 총장은 고사했다. 이 때문에 이 당선인 측은 결국 ‘한승수-한승주-이경숙’으로 최종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총리는 물론 입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초기 총리로 ‘학연’이라는 부담 때문에 한 총장서리보다는 한 특사가 낫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당선인이 아쉬워했던 총리 후보들=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보름이 넘도록 박 전 대표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총선에서의 압승은 물론 초대 총리로서 손색이 없는 ‘최상의 카드’였기 때문이다.
심 대표의 경우 이 당선인이 직접 만나 총리직 의사를 타진한 몇 안 되는 인물. 심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총리를 하겠다고 답신을 줬다면 총리 인선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 위원장에 대해 이 당선인은 ‘인간적’으로 각별하고, 손 총장도 이 당선인이 3배수로 최종 압축하기 직전인 19일에 다시 총리직을 제안할 정도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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