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서도 유임설…‘꼿꼿 장수’ 김장수 국방 인터뷰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김장수 국방장관은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서해 북방한계선 재설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을 때 장관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김장수 국방장관은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서해 북방한계선 재설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을 때 장관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정부 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설정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방부 장관 낙마설’이 나왔을 때 계속 장관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68만 군의 수장으로 어떤 경우에도 NLL을 지켜내겠다는 소신을 지킨 데 만족하고, 이를 국민이 높게 평가해 줘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꼿꼿이 선 채로 악수를 나눠 ‘꼿꼿 장수’라는 애칭을 얻은 김 장관이 재임 중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NLL 갈등때 진퇴 고민…全軍이 날 바라보는데 소신 꺾을 순 없었다”

그는 40여 분간의 인터뷰에서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느낀 소회와 차기 정부의 장관 유임설 등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정부 내에서 불거진 NLL 재설정 논란 때 국방부 장관으로서 의연히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NLL 논란이 고조되면서 ‘김장수 낙마설’까지 접하고 ‘나보고 물러나란 소린가’, ‘장관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언론에서는 자꾸 현 정부와 ‘코드’가 다르다고 하고, 국무위원으로 정부 방침과 다른 얘길 할 수도 없고 난처했다.

하지만 부하와 전군이 날 바라보는 상황에서 NLL에 대해 잘못 얘기하면 전체 군의 사기를 죽이는 것 아닌가. 우리 장병들이 목숨 바쳐 사수한 실질적 해상경계선을 지키는 것은 군의 수장으로서 할 도리를 한 것뿐이다.”

―최근 새 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 유임설을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유임 의사를 타진 받은 적이 없다. 부하들에게도 ‘내 거취 문제에 일절 신경 쓰지 마라. 지금은 군이 중심을 잡아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말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모 의원과 얘기를 나누면서 들은 덕담이 와전돼 일부 언론에 유임설로 보도됐는데 잘못된 것이다.”

―차기 군 통수권자가 유임을 결정하면 어떡할 건가.

“그때 봐야겠지만, 끝까지 안 한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원칙적으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맞다고 본다. 주위에도 맘을 비우라고 했다.”

―지난해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공식 수행원으로 방북한 소감은….

“공식 수행원으로 결정됐을 때 군 안팎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다. 일각에선 가면 안 된다고도 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군을 대표해 북측에 NLL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생각을 전달하고, 남북 군 당국 간 신뢰 구축을 위해 한 발짝을 내딛는 게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했다.”

―1년 3개월간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한 소감은….

“근신한다는 자세로 임했다. 업무를 마친 뒤 퇴근해 공관에 가면 개인 휴대전화는 끄고 모든 연락은 부관의 전화로 했다. 공관에선 다음 날 업무를 챙기고 독서와 트레드밀(러닝머신)로 일과를 마무리했다. 재임 중 공관에 단 한 번도 친척이나 지인을 초대한 적이 없다. 공관은 국방부 장관이 집무를 마치고 쉬는 곳이지, 누굴 데려와 보여 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보좌관만 데리고 가까운 산을 찾는데, 사람들이 알아보기에 부담스러워 모자를 쓰고 다녔다.”

―‘꼿꼿 장수’라는 애칭과 함께 2007년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국방부 장관으로 군과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 만족한다. 취임 때의 초심(初心)으로 주어진 책무를 한 것뿐인데 군 안팎에서 잘 평가해 줘 감사드린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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