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국방 ‘필요조건 맞춰 이양’ 동감 표시
“통일부 폐지 민족중심외교 변화 신호냐” 촉각
美경제계선 한일관계 개선에도 지대한 관심
미국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23일(현지 시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을 만났을 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을 신축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특사단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의 일원이었던 연세대 김우상 교수는 “특사단은 게이츠 장관에게 ‘(전시작전권 이양과 관련해) 양국의 합의는 존중하지만 그 이행은 취지와 필요조건 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사단은 전시작전권 전환의 조건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과 함께 이뤄져야 하고 전쟁억지력을 감소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과 ‘전시작전권 이양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오판하게 하는 요인을 제공해서는 안 될 것’을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게이츠 장관은 “I cannot agree more with you(당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서로 상황을 관심 있게 예의주시하자”고 응답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특사단 내에서는 이번 면담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와 관련해 여러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한미 양국은 2012년 전시작전권을 한국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방미 특사단은 일주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27일 귀국했다.
특사단은 조만간 이 당선인에게 방미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며 그 보고에는 첫 한미 정상회담 관련 의제로 합의한 ‘한미동맹미래비전’(가칭)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들어갈 예정이다.
한 특사단 관계자는 “정상회담의 의제로 합의한 ‘한미동맹미래비전’에 대해 미 정부 고위급 관계자와 만날 때마다 대부분 이야기를 나눴다.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때 ‘statement(선언)’ 형식으로 미래비전을 발표할 수 있도록 곧 실무진이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나 학계의 주요 인사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 중 통일부 폐지에 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 관계자들은 ‘통일부를 폐지한 것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민족중심’의 외교 정책을 바꾸는 것 아니냐’며 기대 섞인 해석을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사단은 “통일부는 폐지된 것이 아니라 외교통상부와 합쳐진 것이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 경제계 인사들은 특사단과의 간담회 때 한미관계 못지않게 한일관계의 개선 의지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봤으며 특사단도 한미일 삼각동맹 연합체 복원 등 한일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은 방미 기간 중 하루에 7∼9차례의 빡빡한 공식 일정을 진행하며 강행군했다. 특사단장인 정몽준 의원은 기본 일정 외에도 폴 울포위츠 전 세계은행 총재,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교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변호사 등을 비공식으로 만나 한국에 대한 미 정관계의 분위기와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유의점 등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방미 귀국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미 동맹 강화를 희망하는 이 당선인의 의지가 충분히 전달됐으며 미국과 특사단의 만남 자체가 양국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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