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은 29일 임태희 비서실장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내 정부조직 개편안의 추진 배경 등을 직접 설명토록 했다. 임 실장은 이 자리에서 통합과 융합이라는 세계의 정부조직 개혁 추세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정부부터 군살을 빼는 모범을 보이겠다는 취지를 설명했으나 문 실장은 소외 계층을 배려할 수 없는 몰아붙이기식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당선인은 최근까지 △시대적 흐름 △기능 간 융합(convergence) △규제 완화 등의 관점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참여 정부의 철학을 훼손한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 배려 △복지 관련 예산 확보 △진보의 가치와 정책 실현 등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조직 개편을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1일 오랫동안 일본 사회를 지배하던 대장성 개혁을 거론한 뒤 14일 신년 회견에서 ‘경쟁력 제고’ ‘기능의 통합 융합’을 위한 조직 개편을 역설했다. 그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나라가 이미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우리가 늦었다” “지식기반경제에서 통합과 융합은 시대의 대세”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28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일부 부처의 통합 흡수에 대해 이념적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합에 대해 “예산처가 독립하고 나서부터 문화 환경 노동 인권 복지 예산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경제 분야 예산을 넘어섰다. 이제 예산 기능이 경제 부처로 들어가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은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제 부처는 경제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 부처는 시민적 권리를 대변한다”며 “예산처가 독립 부처로 존재하는 게 진보의 가치와 정책을 실현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세입과 세출의 일원화를 통한 경제정책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기획예산처와 재경부를 합친 기획재정부를 추진하고 있으나 노 대통령은 ‘거대 경제부처가 예산 기능을 갖게 되면 복지 등 사회 관련 예산은 축소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은 “정부조직에 대한 철학에서 노 대통령과 교집합을 찾기가 어려워 조직개편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영상제공 : 인수위 ,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 영상제공 : 인수위 ,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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