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내홍]임기응변식 당규 개정… 결국 ‘자승자박’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親朴 의원들 어디로…’ 유승민 메모30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유승민 의원이 들고 있는 메모. 이 메모에는 ‘김무성 의원 문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과 함께 친박 의원들의 향후 진로 시나리오가 적혀 있다. 안철민 기자
‘親朴 의원들 어디로…’ 유승민 메모
30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유승민 의원이 들고 있는 메모. 이 메모에는 ‘김무성 의원 문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과 함께 친박 의원들의 향후 진로 시나리오가 적혀 있다. 안철민 기자
한나라당이 ‘비리 연루자 공천 금지’를 명문화한 당규를 둘러싸고 30일 다시 격랑에 휘말렸다. 폭풍의 핵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 여부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명박 당선인 측의 계산된 정치보복”이라며 집단 탈당설까지 흘렸으나 이 당선인 측은 “비리 연루자를 공천하면 총선을 망친다”며 맞섰다.

해당 당규는 한나라당이 지난해 4월 재·보선 참패 후 대선 승리를 위한 ‘도덕성 회복’을 명분으로 9월에 개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치 앞을 못 내다본 자승자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근혜 측 “준비된 정치보복”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 적용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며 “국민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김 최고위원은 “준비된 정치보복”이라며 탈당을 시사했고 박 전 대표 측 의원 35명은 ‘행동 통일’을 다짐했다. 여기서 김 최고위원은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회동한 다음 날인 24일 내가 강재섭 대표, 이방호 사무총장과 함께 오찬 회동 했을 때 나를 포함해서 친박근혜 인사들이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대장부 합의를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 같은 ‘대장부 합의’를 이 당선인 측이 어겼다는 것.

이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이 쓴 메모가 본보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따르면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은 향후 행동의 시나리오로 ‘또 (이 당선인 측을) 믿는다’ ‘집단행동’ ‘각자 도생(圖生)’ 등 세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학원 최고위원은 “(특정인의) 공천을 불허하고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도 문제 삼자”는 주장을 폈다. 선거법 위반으로 1998년 의원직을 잃었던 이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물귀신 작전인 셈이다. 죄의 경중을 불문하고 벌금형이나 사면 복권된 경우까지 공천을 금지하는 것은 과잉 징벌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이명박 측 “당규대로 하자는 것”

이 사무총장은 “당규대로 한다는 것은 공심위 다수 의견으로 의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부담을 공심위로 넘기는 동시에 원칙과 명분을 앞세워 당규대로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대표연설에서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당선인 측은 ‘이명박-박근혜 간 합의 위반’이라는 박 전 대표 측의 주장에 대해 당규를 위반하면서까지 비리 연루자를 공천하자는 합의는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 중진들 “정치 논리로 풀어야”

이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양측이 타협하도록 해야 한다”며 중재에 나설 뜻을 비쳤다. 김형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전재희 최고위원도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당 중진들의 중재 노력으로 공심위는 당초 일정을 앞당겨 31일 긴급 소집됐다. 하지만 공심위는 당규 개정이나 해석 권한이 없다. 결국 당이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이 시기에 당규를 개정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당규대로 하자니 내분이 깊어지고, 김 최고위원을 살리려니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 게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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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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