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년제 대학의 A 교수는 지난 한 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줄곧 도왔고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A 교수는 4월 총선에 출마하려고 최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국민과 동떨어진 정치를 해온 여의도에 진출해 선진정치문화 정립에 기여하고 싶다”며 “공천을 받으면 휴직하고 선거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판에 교수가 넘쳐나고 있다. 대선 캠프에 이어 인수위에도 상당수의 대학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상아탑의 교수들이 대거 선거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교수 83명 출마선언… 절반이 한나라당에 몰려
“떨어지면 아무일 없는듯 강의 복귀” 비난 여론
김창호 홍보처장 복귀시기 몰라 수업일정 못짜기도
○ 대선 여파 한나라당-수도권 몰려
본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거나 출마 의사를 밝혀온 대학교수들을 집계한 결과 1일 현재 83명에 이르렀다.
당별로는 한나라당 43명(51.8%), 대통합민주신당 21명(25.3%), 무소속 12명이다. 한나라당에 교수들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대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50%가 넘는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인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을 나이별로 분류하면 40대가 31명(37.3%), 50대 33명(39.8%), 60대가 19명(2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마 희망 지역은 경기도가 19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13명,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이 각각 11명으로 나란히 그 뒤를 따랐고 광주·전남이 6명, 강원 3명 등이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런 추세면 교수가 적어도 100명은 넘을 것”이라며 “대선 여파 때문인지 한나라당과 수도권으로 교수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본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 17대 국회에서 교수 출신으로 휴직을 한 채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선량들은 모두 14명으로 집계됐다.
한나라당은 박형준(동아대·부산 수영) 이재웅(동의대·부산 동래) 의원과 비례대표인 김애실(한국외대) 박재완(성균관대) 서상기(호서대) 안명옥(포천중문의대) 윤건영(연세대) 이주호(KDI) 의원 등 모두 8명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강창일(배제대·제주 북제주군갑), 김효석(중앙대·전남 담양-곡성-장성) 안민석(중앙대·경기 오산), 지병문(전남대·광주 남) 의원과 박명광(경희대), 김재홍(경기대) 비례대표 의원 등 6명이다.
○ ‘신분 보장’ VS ‘학습권 침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17대 총선 후인 2004년 7월 국공립대 재직 중인 전임강사 이상 교원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경우 임기 개시 전까지,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될 경우엔 임명일 전까지 교수직을 사직하게 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005년 11월 교육위에 상정된 뒤 계류 중에 있다.
현 정당법 교육공무원법에 의하면 교수는 일반 교사 등 다른 공무원과 달리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휴직을 가능케 해 현실정치 참여를 보장받고 있다.
심 의원은 최근 명지대 교수협의회에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교수직 복귀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자 “휴직 교수들이 총선에서 떨어지거나 정무직을 그만두면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자동으로 복귀해 강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처장은 2005년 2월 디지털미디어학과장으로 부임한 직후 휴직을 하고 홍보처로 갔다. 명지대 측은 “김 처장이 복귀 여부와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어 수업일정을 못 짜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있다. 국회 교육위 전문위원실은 심 의원의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대학 교원들이 전문 지식을 현실정치와 국정에 반영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은 국공립대 교수로만 대상을 한정해 사립대 교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폴리페서(polifessor)
정치를 뜻하는 영어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의 합성어.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정책으로 연결하거나 그런 활동을 통해 정관계 고위직에 진출하려는 교수를 일컫는 한국적인 용어. 정권의 필요에 의해 발탁된 관료인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와 구별된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