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제왕적 총재시스템’ 반대 불참
현역의원 외부 영입해 우선 공천 방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주도한 자유선진당이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이 전 총재를 만장일치로 당 총재로 추대했다.
이 총재는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좌파 이념을 배격하고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철학이나 이념과 적당히 타협하고 절충하려는 움직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당은 이날 창당 작업을 주도해 온 강삼재 전 의원과 여성 최초 법원장 출신인 이영애 전 춘천지방법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선진당은 12일 국민중심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한 뒤 심대평 의원을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임하고 총선기획단을 구성해 2월 말까지 총선 공천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정강·정책으로는 △법질서의 확립 △작은 정부 △획기적 분권 △과감한 개방 △공교육 혁신 △친환경사회 △지속 가능한 복지 △공동체를 위한 신뢰 구축 △남북관계 재정립 △한미동맹과 외교 다변화 등 10조를 채택했다.
▽이회창 1인 총재 체제=선진당의 지도부는 ‘1인 총재-7인 최고위원’ 시스템을 갖춰 사실상 이 총재에게 전권을 부여했다. 선진당의 당헌에서 규정한 총재의 지위는 막강하다. 주요 당직자의 임면권은 물론 각급 공직선거 후보의 결정권도 갖고 있다. 4월 총선 공천도 대표최고위원에게 추천권이 있지만 결정권은 총재가 쥐고 있다.
‘1인 정당’의 과거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총재는 “(최고위원회의라는) 중론을 모아 가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총재의 모습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당에서 선거를 너무 자주하다 보면 백인백색의 의견 충돌로 국민의 눈에 불안하게 비칠 수 있다. 중지를 많이 모으되 결단의 시기에는 총재가 결정짓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때 이 총재와 함께했던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이날 선진당의 ‘제왕적 총재 시스템’ ‘특정 지역 중심의 지도부 구성’ ‘지나친 이념 중심 정당’을 비판하며 창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견제할 것”=이 총재는 이날 “(총선에서) 제1야당에 필요한 의석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며 “주먹만 한 제1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의석을 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당은 총선에서 80석 이상을 얻어 제1야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외연 확대에 나설 뜻을 밝혔다.
선진당은 서울 유재건, 대구 곽성문 의원, 경남 강삼재 전 의원, 충청 국민중심당과 박상돈 의원 등을 확보해 전국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조직과 기반이 약한 선진당은 총선의 성패가 현역의원 중심의 외부인사 영입에 달려 있다고 보고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총선 전에 20석 이상을 확보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라며 “현역의원을 우선 공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7인 최고위원 중 5인의 자리를 남겨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 정치를 표방한다는 당이 지나치게 다른 당의 현역의원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