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안되면 전작권 전환문제 재논의”

  • 입력 2008년 2월 2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접견실에서 동아일보-아사히신문-월스트리트저널과의 ‘한미일 대표신문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주필(왼쪽), 이 당선인(왼쪽에서 세 번째),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오른쪽에서 두 번째), 오노 유미코 월스트리트저널 서울·도쿄지국장(오른쪽). 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접견실에서 동아일보-아사히신문-월스트리트저널과의 ‘한미일 대표신문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주필(왼쪽), 이 당선인(왼쪽에서 세 번째),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오른쪽에서 두 번째), 오노 유미코 월스트리트저널 서울·도쿄지국장(오른쪽). 이종승 기자
■한미관계

재협상 요청할때 아니지만 핵폐기등 변수

10년간 관계 잘못돼… ‘복원’ 표현이 맞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이 가장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은 나라는 미국이며 한국이 미국하고 사이가 나쁘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한미관계 강화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2012년까지 남북 간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복원’이라는 단어를 쓴 데 비해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개선’, 한중관계와 한-러관계를 놓고는 ‘강화’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미관계 공조 강화에 대한 계획은….

“지금까지 미국과 맺어 온 관계를 생각한다면 ‘복원’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다. 미국과 관계를 잘해 오다가 지난 10년간 그렇게 (잘못)되었기 때문에 복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6자회담에서 북한 핵을 폐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과도 가능하면 일찍 만나려고 한다(이 당선인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개선돼야 할 관계’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한중관계 한-러관계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중에 북핵 폐기를 전제로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 강화 등이 북한과의 관계를 냉각시킬 수 있지 않은가. 핵 폐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통상 미국과 관계가 나빠지면 북한과 좋아진다고 생각해 왔지만, 다음 정권은 한미관계 한일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다. 북한에도 이를 알리려 한다.

한미,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한미관계도 순조롭지 못하고 남북관계에도 진전이 없었다.

북한이 가장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은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가 미국과 사이가 나쁘면 우리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우리와 미국의 관계가 좋아져야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저는 질문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북한에도 그런 생각을 알림으로써 오히려 관계를 더 진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선인은 2006년 말 노무현 정부와 미국이 2012년으로 정한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재협상을 원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양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전시작전권을 2012년에 완전히 넘기기로 합의한 것은 이미 양국 간에 완전히 협상이 끝났다. 서명까지 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재협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그리고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이야기된 바는 없다.”

―그럼 언제가 적정한 시기라고 생각하는가.

“남북 간의 관계가 어떻게 개선되느냐, 북한 핵이 어떻게 폐기되고 한반도 평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여러 가지 남북 간의 관계 개선에 따라서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는 지금 얘기할 때가 아니지만 남북관계와 핵문제, 평화협약 등의 전개 상황이 2012년까지 달라지는 게 없다면 (시기 조정 문제를) 다시 얘기해야 한다.”

정리=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한일관계

역사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미래로

아시아 중시하는 후쿠다 총리에 큰 기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한일관계에 대해 “역사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양국은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를 어떻게 재구축할 계획인지….

“한일 국교를 정상화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경제 민간 교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정치적 교류, 정치 지도자들 간의 관계가 썩 진전되지 못했다. 이웃 나라끼리 자주 만나서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돌아갈 수 있는 셔틀외교를 하면 양국과 동북아 전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침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아시아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후쿠다 총리 재임 때 한일관계도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한일 역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역사 문제는 전문가로 하여금 서로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독일과 프랑스 양국 학자가 토론을 거쳐서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어 내듯 우리도 역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양국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일본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성숙한 외교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역사적인 문제는 일본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고 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생각이다.”

―일본의 정치가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국내 경제나 행정 개혁은 높이 평가하지만 한국 중국 등 대(對)아시아 관계는 썩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후쿠다 총리가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구보다는 성숙된 관계로 넘어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 국내 정치 때문에 국제 관계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한일 정상회담 계획이 있다면….

“후쿠다 총리가 25일 (취임식 때) 오시기 때문에 제가 답방하는 것이 맞다.”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에 대한 견해는….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갖는 건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한다. 북한과의 6자회담이 진전되면 그 문제도 같이 풀려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남북 간에도 국군포로, 납북어부, 이산가족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풀어 나가는 노력을 열심히 할 것이다.”

―일본 천황의 방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한국을 방문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 한일관계가 미래로 나아가는 큰 계기가 될 것이고 일본도 방문을 성사시키려면 뭔가 계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정리=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美의회 찾아가 조속한 비준 부탁할 것

국내 비준은 현정부서 하는게 바람직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회 비준을 마쳐야 하고, 한일 FTA도 적극적으로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양국 국회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쇠고기를 여전히 위험한 식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어떤 대목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나.

“FTA는 미국 입장에서는 쇠고기 문제가 가장 크다. 쇠고기 수입 제한을 푸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농민들의 피해에 대한 대책을 완전히 세우라고 하는 요구가 있다. 농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

―한국 국회 비준을 받기 위한 이 당선인의 전략이 있다면….

“한국과 미국 다 이견이 있지만 이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협상을 완성했기 때문에 국회 비준도 노 대통령 임기 중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노 대통령의 업적이기 때문에 비준하는 것까지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대한 설득은 어떻게 할 것인가.

“FTA는 양국에 다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을 방문하면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이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비준할 수 있도록 부탁하려 한다.”

―한일 간 FTA 협상이 중단된 상태인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유럽연합(EU)과도 이미 FTA 협상이 거의 끝난 것으로 되어 있다. 7, 8월에 서명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EU와의 FTA는 금년에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FTA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리=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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