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잘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비핵개방3000' 공약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수단을 갖춘 상세하고 일관된 체계를 드러냈다.
이제 최종 목표에 이르기까지 시간별 단계별 목표와 세부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로드맵'을 작성하는 일이 남았다.
본보는 통일연구원(이봉조 원장)과 함께 새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 로드맵을 1단계 비핵화, 2단계 개방 및 정상국가화, 3단계 3000공약 실행으로 나누어 작성했다.
이번 작업은 본보의 요청에 따라 이 당선인의 대북정책 핵심 브레인인 서재진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인수위 자문위원)이 주도했다. 통일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더 개발해 새 정부 대북 정책 수립에 반영할 방침이다.
▽단계별 대북정책 목표와 수단=실용주의 대북정책의 목표는 단계별로 세 가지다. 1단계 단기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 2단계 중기적 목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 및 개방, 3단계 장기적 목표는 남북경제공동체 및 통일기반 조성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미동맹 등 주변국 공조 강화 둘째, 성공한 체제인 남한이 실패한 체제인 북한을 견인하도록 남북관계 교정 셋째, 북한 인권 증진을 통한 북한 내부의 변화 추구가 그것이다.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포괄적 접근법= 보고서의 핵심은 이미 공개된 1단계(단기)와 3단계(장기) 목표 사이에 2단계(중기)인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실용주의 대북정책에 대해 제기됐던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까지 남북관계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란 북한이 인권 유린, 테러 지원,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확산을 일삼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고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경제적 자립을 위한 국제적 여건을 갖추는 상태를 말한다.
개방은 정상국가화 된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 편입되는 상태다.
실용주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핵 문제와 맞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접근법에 해당한다.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경제난과 안보불안을 해소해 주고 핵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각 단계마다 압박과 유인 병행= 로드맵은 1단계가 끝나야 2단계를 시작하는 '연계론'이 아니라 모든 단계가 서로 일부 중첩된다는 점에서 '단계론'이다. 또 모든 단계마다 압박과 당근을 병행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1단계는 한미일 공조강화 및 조건부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북한이 핵 신고 및 불능화 의무를 이행하면(핵 폐기 2단계 완료) 개성공단 2단계 사업에 착수한다는 당근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또 북한이 1단계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인권 증진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완전 핵 폐기 때 북미 북일 수교를 지원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한다는 것이다.
서 소장은 "각 단계별 압박과 회유 수단은 현재 진행 중인 6자 회담의 합의 구도와 일치하는 것이어서 국제적 공조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