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색채가 강한 영남과 강원에서는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지역구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불꽃 튀는 격전지가 도처에 널려 있다. 현역 의원에게 조금이라도 틈이 생겼다 싶으면 정치 신인들이 맹수처럼 달려든다. 4년 전 17대 총선 때 ‘탄핵 바람’을 타고 동부벨트에 교두보를 구축했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지역구에서는 치열한 공성전이 예상된다.》
○ 동부벨트 ‘섬’ 지역 공수(攻守) 치열
영남 강원 지역의 비(非)한나라당 지역구는 외로운 ‘섬’이다. 4년 전 ‘탄핵 심판론’의 분위기를 타고 한나라당 후보들을 꺾었던 동부벨트 섬 지역은 76석 중 9석이었다. 이 가운데 재·보선이나 당적 이동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 섬으로 남은 지역은 6곳뿐이다. 부산 사하을, 경남 김해을, 경남 창원을, 경북 문경-예천,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강원 홍천-횡성이 그곳.
17대 총선에서 모두 2등으로 이들 지역구를 내줬던 한나라당은 권토중래를 다짐하면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이 지역을 놓치면 동부벨트의 근거지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절박감으로 지역 지키기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대선 때의 득표율만 본다면 동부지역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우세한 판세다.
○ 공천 결과에 촉각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원외 측근들이 ‘이명박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총선에 뛰어든 지역 중에는 친이-친박 대결이 많다. 공천 결과에 따라서는 당 갈등이 고조될 수 있는 민감한 지역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해진 전문위원은 부산 사하갑의 엄호성 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좌열 인수위 자문위원은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대변인을 맡았던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 의원과 맞붙는다. 두 사람은 고교 선후배 사이.
구인호 인수위 실무위원은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에 출사표를 던져 친박 진영의 박세환 의원을 긴장시키고 있다.
당내에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지역의 예선전은 더욱 치열하다. 이 당선인의 핵심 실세인 박영준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은 대선 직전 탈당한 자유선진당 곽성문(대구 중-남) 의원과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 당선인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조해진 당선인 부대변인과 박 전 대표의 특보 출신인 김형진 이창연 씨는 나란히 경남 밀양-창녕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지역은 김용갑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2곳 모두를 석권했던 대구에서조차 현역 의원이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북갑에서는 친이 계열의 이명규 의원과 친박인 서상기 비례대표 의원이 현역끼리 대결을 펼친다. 북을의 안택수 의원에게도 유진선 대경대 학장 등의 도전이 거세다.
경남 거제의 김기춘 의원은 도전을 선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 공천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총재이던 김 전 대통령에게서 거제 지역 공천을 받은 인연이 있다.
○ 지역구 6선의 꿈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이상득 국회부의장, 정몽준 최고위원, 박희태 의원이 동부벨트에서 지역구 6선 의원에 도전한다. 강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6선 고지를 밟을 경우 차기 대권의 꿈을 꾸고 있다. 박 의원은 내심 국회의장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근혜(대구 달성) 전 대표는 사상 최초로 여성 지역구 4선 의원 등극이 유력하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