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EU 역할론’]좌파역사 깊어 北거부감 덜해

  • 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45분


최대 인도적지원국’ 개입 명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일 동아일보 등 ‘한미일 대표신문’ 공동인터뷰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유럽연합(EU)의 역할론을 제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사회주의적 정당을 통해 신뢰를 맺어온 EU 국가들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역할론 배경은=이 당선인은 북한이 신뢰할 만한 체제 안전보장을 원하지만 6자회담 참가국들의 약속을 100% 믿지 않아 북핵 문제가 더디게 진전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북한을 설득할 ‘제 3의 카드’로 꼽은 것이 EU다.

북한은 EU의 폴란드, 체코 등 구 공산권 국가들과 외교 역사가 깊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는 사회주의 정당의 영향력이 강하다. EU 27개 국 중 프랑스와 에스토니아를 제외한 25개국이 북한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분과 자문위원인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사회주의를 경험했거나 사회주의 정당이 강한 나라가 많은 EU의 제안이 북한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U 역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사무국의 집행 이사국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EU 기업들도 북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EU 신아시아 전략의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EU 기업들이 △북한 광물자원 확보 △철도 등 기간산업 선점 △저렴한 인건비 활용 등을 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EU는 세계 최대의 인도적 대북 지원지역으로 북핵 문제에 개입할 레버리지(협상력)가 강하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어떤 역할 가능할까=북핵 폐기 전 ‘측면 지원’과 폐기 후의 ‘전면 지원’이 현실성 있게 거론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6자회담의 틀을 깨지 않고 EU 국가들이 개입하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6자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데 EU가 측면에서 공식·비공식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EU는 지난해 6자회담 2·13 합의에 따른 중유 지원 분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폐기 후 북한 개방과 사회 안정, 경제개발에는 EU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9월 주한 EU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 이후 EU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이후를 대비한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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