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일 ‘한미일 대표신문 공동 인터뷰’에서 천명한 ‘대북(對北)경협 4원칙’은 이미 합의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실행은 물론 정부와 민간의 새로운 사업 구상에도 기준이 될 것이 분명하다.
4대 원칙은 이 당선인이 대선 공약을 토대로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전문가들의 견해, 여론 등을 두루 숙고한 끝에 내놓은 것으로 새 정부 대북정책의 골격이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난해 ‘10·4공동선언’ 이후 190여 개에 이르는 남북 합의 사항 이행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이 당선인의 우선적 기준은 핵 문제의 진전이다. 이는 이 당선인이 ‘비핵개방 3000’ 공약에서도 밝힌 바 있는 대북 지원의 전제조건이다.
경제성의 원칙은 지난달 7일 통일부가 인수위 업무보고를 하면서 ‘대규모 사업은 타당성을 검토해 실행하겠다’고 보고한 것에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이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업의 타당성 △재정 부담 △국민적 합의라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이 중 타당성이 경제성으로 바뀌고 핵 문제의 진전이 대원칙으로 재확인됨에 따라 4대 원칙이 정리된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190여 개 합의 사항 가운데 경협 사업이거나 재정 지원이 필요한 사회 문화 교류 사업은 경제 분야 19개, 사회 문화 분야 9개 등 모두 28개다.
4대 원칙을 적용하면 대규모 재정 지원이 필요한 해주지역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사업 등은 핵 폐기 이후 ‘나중에 할 것’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 2단계 개발 등은 핵 폐기를 위한 ‘당근’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재정 부담 가능성이나 국민적 합의 여부가 변수다.
현재 가동 중인 개성공단과 남북 당국 간 협상이 진행 중인 2008 베이징 올림픽 공동 응원,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백두산 관광 등은 ‘우선 할 것’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이 당선인의 대북정책 핵심 브레인인 남성욱(인수위 자문위원) 고려대 교수는 “인도적 지원 사업인 정부의 쌀과 비료 지원은 하겠지만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 인도적 화답이라는 조건이 붙게 될 것”이라며 “북한도 향후 대남정책 기조를 과감하게 전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