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계속된 설득과 비판 여론 때문에 당초 경남 지역 대학 추가를 고집하던 청와대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발표 시기 연기를 시사하고 있어 4일 법학교육위원회의 원안대로 최종 결과가 발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막바지 협의 진통=교육부 실국장과 로스쿨 관련 실무자들은 휴일인 2, 3일에도 출근해 청와대와 협의를 계속했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오후 실국장 회의를 주재하고 청와대와의 협의 상황을 보고받은 뒤 “법학교육위의 방안을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대통령수석비서관 및 비서실 관계자들과 잇따라 접촉해 법학교육위의 안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집중 설명했다.
당초 경남 지역 대학을 추가하라고 교육부를 압박했던 청와대는 9월 본인가에서 추가하거나 2010년 이후 총정원 또는 선정 대학을 늘리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9월 본인가는 예비인가 대학이 대상이기 때문에 추가 선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2010년 이후는 차기 정권이 결정할 문제여서 지금 논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 왜 버티나=청와대의 시책에 적극 동조해 온 교육부가 원칙을 고집하는 이유는 청와대의 지침을 따를 경우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선정 및 개별 대학 정원 결정에 있어 법학교육위는 심의기구이고 교육부 장관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법학교육위의 심사 결과에 하자가 없는 한 이를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해석이다.
법학교육위가 정해진 항목별 심의 기준에 따라 매긴 순위를 교육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바꿀 경우 해당 대학뿐만 아니라 법학교육위 등 다른 기관과의 줄소송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송에서 질 경우 바로 교육부가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는 “양보하면 교육부와 공무원이 죽고, 버텨야 산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또 참여정부의 임기가 2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원칙을 저버릴 경우 차기 정부에 큰 짐을 떠넘기는 것이어서 현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설명이다.
예비인가 대학을 바꾸려면 다시 법학교육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경우 현재 법학교육위원들이 재심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이들이 사퇴할 경우 법학교육위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차기 정부에서의 일이다.
지금 법학교육위의 안을 바꾸면 불이익을 받는 대학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고 4월 총선 정국 등과 맞물릴 경우 내년 3월 개교가 어려워져 로스쿨제도 자체가 깨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교육부는 청와대가 추가 선정을 계속 압박하면 최악의 경우 법학교육위의 심의 결과나 예비인가 대학 추가 선정이 안 되는 법률적 검토 내용을 공개해 청와대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학 반발 계속=충남 아산 선문대는 3일 교직원과 지역 주민들이 대거 상경한 가운데 김홍석 법대 대외교섭위원장 등이 삭발 시위를 벌였다. 선문대는 성명서를 통해 “충남과 대전에서 충남대 1곳만 로스쿨로 선정돼 1개 광역단체당 로스쿨 1곳 배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충남 지역 추가 선정을 촉구했다.
조선대는 2일 서울행정법원에 로스쿨 심의와 관련한 증거보전신청을 한 데 이어 3일 오후 600여 명이 상경해 로스쿨 선정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한국법학교수회도 긴급 비상총회를 열고 “4일로 예정된 발표를 미루고 3월 이후 재심의해 차기 정권에 로스쿨 문제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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