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파동과 관련해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소수 강경파에 대해 당의 화합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 측 온건파들이 조심스럽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김무성 최고위원이 당규 문제로 공천 신청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놓이자 강경파가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1일에는 “선거법 위반자까지 신청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들까지 물고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몇몇 온건파 의원과 원외 측근들은 1, 2일 만나거나 전화로 강경파의 독주에 대해 걱정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온건파 의원은 3일 통화에서 “현 당규에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늘 하는 말이 ‘당헌당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인데 강경파가 김 최고위원을 구하겠다며 원칙 없이 행동해 여론을 나쁘게 만들었다”며 “국민이 이들의 행동을 박 전 대표의 뜻으로 오해할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잘못된 당규로 김 최고위원이 희생돼서는 안 되지만 원칙을 강조해 온 박 전 대표가 강경파의 뜻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다른 온건파 의원은 “집단행동을 하겠다는데 이름을 뺄 수는 없지 않느냐. 박 전 대표 진영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고 할까봐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 원외 온건파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 요구를 철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이 사무총장은 ‘당규대로 하자’고 한 것뿐이다. 강 대표가 이 사무총장을 용서하겠다는 데 무슨 명분으로 계속 사퇴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경선 패배 이후 강경파들이 분위기를 지나치게 강경하게 몰아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